환율 리스크 자산 전략을 고민하는 입장에서 최근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은 단순한 경기 진단을 넘어 정책 책임의 범위를 어디까지 설정할 것인가라는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2025년 신년사를 통해 제시된 성장률 전망, K자형 회복 진단, 그리고 환율 상승의 원인에 대한 설명은 표면적으로는 합리적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개인과 일부 기업의 선택을 환율 불안의 주요 원인처럼 언급하는 방식은 중앙은행과 정부가 사용하기에는 매우 조심스러워야 할 논리입니다.
K자형 회복 진단 자체는 틀리지 않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025년 경제성장률을 1.8%로 전망하며, 반도체 경기 회복에 힘입은 IT 부문을 제외하면 성장률은 1.4%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부문 간 회복 격차가 크다는 의미이며, 경제 지표와 국민이 체감하는 경기 사이의 괴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진단으로 이어집니다.
이러한 분석은 사실관계 측면에서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대기업과 IT 산업이 성장을 견인하는 반면, 내수 중심 산업과 중소기업, 자영업 부문은 여전히 회복이 더딘 상황입니다. 이른바 ‘K자형 회복’이라는 표현 역시 현재 한국 경제를 설명하는 데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진단이 아니라 그 다음 단계에서 제시되는 설명과 책임의 방향입니다.

성장 편중의 원인은 구조인데, 책임은 개인으로 향한다
총재는 신산업 육성을 통한 성장 기반 다변화, 구조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 또한 정책적 방향성으로는 맞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정부와 중앙은행, 정책 당국이 장기간에 걸쳐 해결해야 할 영역입니다.
그런데 환율 문제로 논의가 넘어가면서 논조는 미묘하게 바뀝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후반까지 상승한 것에 대해, 총재는 과도한 불안 심리를 경계하면서도 그 배경으로 한·미 간 성장률 및 금리 격차, 그리고 거주자의 해외 증권투자 확대를 언급했습니다.
여기서 환율 리스크 자산 전략 관점에서 중요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해외 투자는 개인과 기관의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자산 배분 행위입니다. 이를 외환시장의 수급 불균형과 단기 환율 상승 압력의 주요 요인으로 언급하는 것은, 사실상 환율 변동의 부담을 시장 참여자에게 일부 전가하는 해석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환율은 결과이지, 개인의 선택이 원인은 아니다
환율은 국가 경제의 종합적인 결과물입니다. 성장률 격차, 금리 정책, 재정 정책, 경상수지, 자본 이동, 글로벌 달러 흐름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형성됩니다. 이러한 거시 변수들을 관리하는 주체는 개인이 아니라 정부와 중앙은행입니다.
환율 리스크 자산 전략을 세우는 개인 투자자나 기업 입장에서 해외 자산 투자는 오히려 환율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한 합리적 대응입니다. 원화 자산에만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달러 자산을 보유하는 것은 위험 회피 전략의 일환이지, 환율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비도덕적 행위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 증권투자 확대를 환율 상승의 주요 배경 중 하나로 언급하는 것은, 정책 당국이 환율 문제를 구조적 정책 실패가 아닌 시장 참여자의 행동 문제로 프레이밍할 위험을 내포합니다.
“순대외채권국”이라는 설명의 한계
총재는 한국이 순대외채권국이며 대외 건전성이 양호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맞는 말입니다. 과거 외환위기 당시와 같은 취약한 구조와는 분명히 다릅니다. 그러나 환율 리스크 자산 전략에서 중요한 것은 절대적인 대외 건전성보다 환율 변동이 실물 경제와 자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환율 상승은 수입 물가를 자극하고, 내수 기업의 비용 부담을 증가시키며, 소비 여력을 약화시킵니다. 특히 환율 상승의 부담은 대기업보다 내수 중심 중소기업과 가계에 더 크게 전가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 위기와는 다르다”는 설명만으로 불안을 경계하라는 메시지는 체감 현실과 괴리를 낳을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과 해외투자 논의의 본질
총재는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확대와 관련해 ‘뉴프레임워크’ 논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범정부적 조율 체계가 미비할 경우 진퇴양난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 대목 역시 중요한 시사점을 담고 있습니다.
국민연금과 같은 대형 기관투자자의 해외투자는 환율, 자본시장, 금융안정과 직결됩니다. 그러나 이 역시 투자의 방향성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정책 조율과 시스템의 문제입니다. 개인과 기관이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든 것은 장기간 누적된 정책 선택의 결과입니다.
정책 변수의 상충, 그러나 책임의 주체는 명확해야 한다
통화정책 운영과 관련해 총재는 성장과 물가, 환율, 주택 가격 등 다양한 변수 간 상충을 언급하며 정교한 정책 운용을 강조했습니다. 이는 중앙은행 총재로서 매우 신중하고 원론적인 발언입니다.
다만 환율 리스크 자산 전략 관점에서 분명히 짚어야 할 점은, 정책 변수가 상충할수록 책임의 주체는 더 명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환율 문제를 개인의 투자 선택이나 일부 기업의 행동으로 설명하는 순간, 정책 당국은 스스로의 역할을 축소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투자자와 기업이 받아들여야 할 현실적 판단 기준
이 발언을 접한 개인과 기업이 취해야 할 태도는 분명합니다. 첫째, 정책 당국의 발언을 곧이곧대로 ‘행동 지침’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둘째, 환율 리스크 자산 전략은 여전히 자산 다변화와 리스크 관리가 핵심입니다.
정부가 어떤 메시지를 내든, 개인과 기업은 자신의 재무 구조와 리스크 노출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환율 상승 국면에서 해외 자산을 보유하는 것은 문제 행동이 아니라 합리적 대응입니다.

결론: 진단은 가능하지만, 책임 전가는 경계해야 한다
이번 발언은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진단하는 데 있어 일정 부분 타당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환율 문제의 원인을 개인과 일부 기업의 선택으로 연결시키는 논리는, 정부와 중앙은행이 사용하기에는 매우 조심스러워야 합니다.
환율 리스크 자산 전략의 관점에서 볼 때, 환율은 관리의 대상이지 변명의 대상이 아닙니다. 정책 당국이 책임의 무게를 정확히 인식할 때, 시장 참여자 역시 예측 가능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주의사항
본 글은 특정 금융상품의 매수 또는 매도를 권유하기 위한 목적이 아닙니다.
환율 및 자산 투자는 거시경제, 정책 변화, 글로벌 시장 환경에 따라 큰 변동성을 보일 수 있습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으며, 투자 전 반드시 자신의 재무 상황과 리스크 허용 범위를 점검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