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87%는 아직 서류 낸다 — 실손24 청구 이용률이 드러낸 반쪽짜리 개혁
“실손보험금 청구, 이제 앱 하나로 끝난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정부와 보험업계가 공동으로 구축한 청구 전산화 시스템 ‘실손24’가 도입될 때 나온 홍보 문구다. 그런데 국회 박민규 의원실이 2026년 9월 8일 공개하고 약사공론 등 여러 매체가 일제히 보도한 자료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실손24 청구 이용률은 가입자 기준 13.0%, 청구 건수 기준 4.6%에 그친다. 앱 하나로 끝난다던 약속과 실제 현장 사이에는 아직 좁혀지지 않은 간극이 있고, 그 간극이 왜 생겼는지는 숫자 안쪽을 들여다봐야 보인다.
목차
- 실손24, 가입자 13%만 쓰는 반쪽짜리 앱
- 청구 건수는 왜 전체의 4.6%에 그치나
- 병원 40%만 연결된 시스템 — 서류 제출은 여전히 기본값
- 의원 18.1%, 요양병원 5.2%, 한방병원 2.7% — 낮은 참여율의 공통점
- 왜 병·의원은 실손24 연계를 꺼리는가
- 같은 축의 또 다른 변화 — ‘1200% 룰’과 GA 수수료 공시 의무
- 지금 당장 확인하고 활용하는 법
- 전망과 시사점 — 실손24 청구 이용률을 끌어올리려면
실손24, 가입자 13%만 쓰는 반쪽짜리 앱
실손24는 병원에서 발급받은 진료비 영수증과 진단서를 종이로 떼어 보험사에 팩스나 우편으로 보내야 했던 번거로움을 없애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환자가 앱에서 몇 번 터치만 하면 병원이 보유한 진료 기록이 자동으로 보험사에 전송되고, 별도 서류 없이 보험금이 지급되는 구조를 그리고 있었다. 실제로 제도 설계 당시 정부는 이 시스템이 자리 잡으면 매년 수천만 건에 달하는 실손보험 청구 가운데 상당수가 종이 서류 없이 처리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박민규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실손24 가입자는 453만 8,661명으로, 전체 실손보험 가입자의 13.0%에 불과하다. 실손보험 가입자가 3,500만 명을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열 명 중 여덟 명 이상은 여전히 실손24라는 시스템의 존재 자체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제도가 시행된 지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이용자 기반이 이 정도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은, 단순히 홍보가 부족했다는 설명만으로는 다 채워지지 않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음을 시사한다.
가입률 자체가 낮은 데는 인지도 부족도 한몫한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실손보험은 대개 가입 시점 이후 별도의 안내 없이 자동 갱신되는 경우가 많아, 이미 오래전 가입한 사람일수록 실손24라는 서비스 자체를 접할 기회가 적었을 수 있다. 게다가 앱을 새로 내려받고 본인인증을 거쳐야 하는 절차가 있다 보니,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 가입자일수록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높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도 배제하기 어렵다.
청구 건수는 왜 전체의 4.6%에 그치나
가입률보다 더 눈여겨봐야 할 숫자는 실제 이용 빈도다. 실손24를 통한 월평균 청구 건수는 45만 8,388건으로, 전체 실손보험 청구 건수의 4.6% 수준에 그친다. 가입률 13.0%보다도 낮은 수치라는 점이 핵심이다. 즉 실손24에 가입해 놓고도 실제로는 이 앱을 통해 청구하지 않는 가입자가 상당수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실손24 앱에 가입은 했지만, 정작 자신이 다니는 병원이나 약국이 이 시스템에 연계되어 있지 않다면 앱을 열어도 청구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가입은 개인이 스마트폰으로 몇 분 안에 끝낼 수 있지만, 실제 청구까지 이어지려면 병원 쪽의 참여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실손24 청구 이용률이 가입률보다도 낮게 나타나는 이유가 드러난다. 결국 이 시스템은 가입자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 병원과 환자 양쪽이 함께 움직여야 작동하는 구조라는 점을 숫자가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정리하면 ‘앱 하나로 청구 끝’이라는 도입 초기의 기대와 달리, 실손24 청구 이용률은 가입자 기준으로도 청구 건수 기준으로도 여전히 한 자릿수에 가까운 수준에 머물러 있다. 통념과 실제 데이터 사이의 이 간극이야말로, 실손24를 둘러싼 홍보와 현실을 구분해서 봐야 하는 이유다.
병원 40%만 연결된 시스템 — 서류 제출은 여전히 기본값

실손24 청구 이용률이 낮은 근본 원인은 의료기관 참여 부족에 있다. 박민규 의원실 자료를 보면, 청구 연계 대상 요양기관은 10만 5,643개인데 실제로 연계가 이뤄진 곳은 4만 2,808개로 참여율이 40.5%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환자가 방문하는 병원·의원·약국 열 곳 중 여섯 곳 가까이는 아직 실손24와 연결돼 있지 않다는 뜻이다.
이런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는 실손24 앱에 가입돼 있어도 이 앱으로 청구할 수 없고, 결국 예전과 똑같이 진료비 영수증과 세부내역서를 직접 발급받아 보험사 앱이나 팩스로 제출하는 재래식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다. 정부와 업계가 ‘앱 하나로 끝나는 청구’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환자가 어느 병원을 다니느냐에 따라 청구 방식 자체가 갈리는 이중 구조가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다. 제도의 겉모습은 전산화됐지만 현장의 절반 이상은 여전히 종이 서류 시대에 머물러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감기로 동네 의원에 다녀온 가입자가 실손24 앱을 열어 청구를 시도한다고 가정해보자. 해당 의원이 연계돼 있지 않다면 앱 화면에는 ‘청구 불가’ 안내만 뜨고, 결국 접수 창구로 되돌아가 영수증과 세부내역서를 별도로 발급받아야 한다. 앱을 켜기 전까지는 자신이 다니는 병원이 연계 대상인지조차 알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런 경험은 가입자에게 ‘전산화됐다더니 결국 똑같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쉽다.
의원 18.1%, 요양병원 5.2%, 한방병원 2.7% — 낮은 참여율의 공통점

연계율을 의료기관 유형별로 뜯어보면 문제는 더 뚜렷해진다. 규모가 큰 상급종합병원이나 종합병원은 전산 시스템을 이미 갖추고 있어 연계율이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동네 의원의 연계율은 18.1%, 요양병원은 5.2%, 한방병원은 2.7%에 그친다. 세 유형 모두 전체 평균인 40.5%를 크게 밑돈다.
공통점은 명확하다. 병상 수가 적고 전담 행정 인력을 따로 두기 어려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의료기관일수록 연계율이 낮다는 것이다. 환자가 실제로 가장 자주 방문하는 곳이 대형병원보다는 동네 의원이나 한방병원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바로 그 지점에서 실손24 청구 이용률이 발목을 잡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동네 의원과 요양병원, 한방병원은 국민들이 일상적으로 가장 자주 찾는 의료기관 유형이라는 점에서, 이 세 곳의 낮은 연계율이 실손24 청구 이용률 전체를 끌어내리는 핵심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박민규 의원은 이와 관련해 “요양기관 연계율이 낮은 원인을 분석하고 실제 진료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병·의원 참여 활성화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왜 병·의원은 실손24 연계를 꺼리는가
병·의원이 연계에 소극적인 이유를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조심스럽지만, 몇 가지 합리적으로 추정해볼 수 있는 구조적 배경은 있다. 우선 전산 연동에는 초기 시스템 구축 비용과 유지·보수 비용이 들어가는데, 이 부담을 병원이 상당 부분 떠안는 구조라는 점이 꼽힌다. 대형병원은 이미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추가 연동 비용이 상대적으로 작지만, 원장 한두 명이 운영하는 소규모 의원이나 한방병원은 새로운 시스템을 얹는 것 자체가 인력·비용 면에서 부담일 수 있다.
여기에 환자 진료기록을 외부로 전송하는 데 따르는 행정적 책임과 개인정보 관리 부담도 소규모 기관일수록 크게 느껴질 수 있다. 진료 접수부터 수납까지 원장이나 소수 직원이 겸임하는 구조에서는, 새로운 전산 절차 하나를 더 얹는 것 자체가 진료 외 업무 부담으로 이어지기 쉽다.
다만 반론도 있다. 연계에 따른 직접적인 수익이 병원 쪽에 발생하지 않는 구조이다 보니 참여 유인 자체가 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용을 들여 연계해도 병원이 얻는 것은 없고 편익은 오롯이 환자에게 돌아가는 구조라면, 병원 입장에서 서두를 이유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비용 부담과 유인 부족이라는 두 요인이 겹치면서 참여가 더뎌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물론 이는 공개된 통계로부터의 합리적 추정이며, 개별 병원마다 사정은 다를 수 있다는 점은 짚어둘 필요가 있다. 이런 구조적 이유들이 겹쳐 있는 한, 실손24 청구 이용률이 단기간에 크게 개선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같은 축의 또 다른 변화 — ‘1200% 룰’과 GA 수수료 공시 의무
실손24와는 결이 다르지만, 같은 시기 보험 제도 전반에서 소비자 보호를 겨냥한 변화가 하나 더 있었다. 2026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이른바 ‘1200% 룰’이다. 이는 설계사가 보험을 신규 모집할 때 첫해에 받는 수수료를 월납보험료의 12배로 제한하는 규제로, 원래 보험사 소속 설계사에게만 적용되던 것이 이제는 GA, 즉 보험대리점 소속 설계사에게까지 확대 적용됐다. 그동안 채널별로 수수료 구조가 달라 생기던 규제차익이 이번 확대로 해소된 셈이다.
그동안 GA 소속 설계사는 보험사 직속 설계사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받을 수 있어 특정 상품을 과다 추천하는 부작용이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는데, 이번 확대 적용으로 최소한 수수료 상한 자체는 판매 채널과 무관하게 동일해졌다. 예컨대 월납보험료가 10만원인 상품에 가입하면, 설계사가 받을 수 있는 초년도 모집수수료는 최대 120만원으로 제한되는 식이다.
여기에 더해 설계사 500명 이상을 둔 대형 GA는 특정 상품을 추천할 때 그 상품의 수수료 등급과 순위, 추천 사유를 소비자에게 추가로 설명해야 하는 의무를 지게 됐다. 실손24가 ‘청구’ 단계의 투명성과 편의성을 겨냥한 제도라면, 1200% 룰과 GA 수수료 공시는 ‘가입’ 단계에서 설계사의 상품 추천이 수수료 유인에 치우치지 않도록 견제하는 장치다. 두 제도 모두 소비자가 보험과 관련해 손해를 보지 않도록 만드는 축의 정책으로 함께 볼 수 있다.
지금 당장 확인하고 활용하는 법
독자 입장에서 가장 궁금한 것은 결국 “나는 실손24를 쓸 수 있는가”일 것이다. 확인 방법은 어렵지 않다. 실손24 앱이나 웹에서 본인이 이용하는 병원·의원·약국 이름을 검색하면 청구 연계 여부가 바로 표시된다. 진료를 받기 전에 미리 확인해두면 헛걸음을 줄일 수 있고, 연계가 안 돼 있다는 것을 미리 알면 필요한 서류를 그 자리에서 함께 발급받아둘 수 있다.
만약 다니는 병원이 연계돼 있지 않다면 대안은 두 가지다. 첫째, 기존 방식대로 진료비 영수증과 진료비 세부내역서, 필요한 경우 진단서를 발급받아 보험사 자체 앱이나 홈페이지에서 사진을 찍어 제출하는 방법이다. 대부분의 보험사가 이미 자체 앱으로 서류 촬영·업로드 청구를 지원하고 있어, 실손24가 아니어도 팩스나 우편보다는 훨씬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다. 둘째, 보험금 청구 기간은 통상 진료일로부터 3년 이내이므로, 당장 연계가 안 되더라도 서두르지 말고 서류를 잘 보관해두는 것도 방법이다.
정리하면 다음 순서로 확인하고 대응하면 된다.
- 진료 전, 실손24 앱에서 내가 다니는 병원·의원·약국명을 검색해 청구 연계 여부를 확인한다.
- 연계돼 있다면 진료 후 앱에서 바로 청구를 신청한다.
- 연계돼 있지 않다면 수납 창구에서 진료비 영수증과 세부내역서를 그 자리에서 발급받아 둔다.
- 보험사 자체 앱으로 서류를 촬영해 청구하거나, 새 상품 가입을 앞두고 있다면 설계사에게 수수료 등급과 추천 사유를 먼저 물어본다.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 네 단계만 미리 알아두면 실손24 청구 이용률과 무관하게 자신의 병원이 연계돼 있는지 아닌지에 따라 흔들리지 않고 대응할 수 있다. 결국 지금 시점에서는 제도가 완성되기를 기다리기보다, 두 가지 경로 모두를 알아두는 편이 가장 현실적인 대응이다.
한편 새로 보험 가입을 고려 중이거나 설계사 상담을 받을 계획이라면, 1200% 룰과 GA 수수료 공시 의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대형 GA 소속 설계사에게 상담받을 때는 “이 상품의 수수료 등급이 어느 정도이고, 왜 이 상품을 추천하는지” 직접 물어보는 것이 좋다. 이는 소비자에게 주어진 정당한 권리이며, 이를 통해 특정 상품이 수수료 때문에 우선 추천되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가늠해볼 수 있다.
올해 5월 5세대 실손보험이 출시되고 세대별 보험료 인상률 차이가 화제가 되면서 보험 ‘가입’ 자체에 대한 관심은 크게 높아졌지만, 정작 가입 이후 ‘청구’가 실제로 얼마나 편해졌는지는 상대적으로 덜 조명돼 왔다. 5세대 실손보험 출시 배경이나 세대별 보험료 차이, 가입 절차 전반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은 보험료 최대 20% 인상, 5세대 등장까지 — 보험 가입 방법 기초부터 정리 글에 정리해 두었으니 함께 참고하면 도움이 된다.
전망과 시사점 — 실손24 청구 이용률을 끌어올리려면
실손24 청구 이용률이 지금처럼 낮은 수준에 머무르는 한, 제도 도입의 취지였던 ‘청구 편의 확대’는 절반의 성공에 그칠 수밖에 없다. 국회에서 이미 문제 제기가 나온 만큼, 향후에는 소규모 의료기관의 연계 비용을 낮추는 지원책이나 연계에 따른 인센티브 마련 등 실질적인 참여 유인책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는 아직 확정된 대책이 아니라 필요성이 제기된 단계이므로, 실제 개선이 이뤄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이번 자료가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공개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병·의원 참여 확대 방안이 올가을 국정감사에서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제도가 완성되기를 기다리기보다, 지금 시점에서 본인이 다니는 병원의 연계 여부를 확인하고 안 되는 경우 기존 방식을 활용하는 실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금융감독원(fss.or.kr)에서도 실손보험 청구 관련 안내와 민원 창구를 운영하고 있으니, 청구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면 참고할 만하다. 결국 실손24는 ‘이미 완성된 혁신’이 아니라 ‘진행 중인 제도’로 봐야 하며, 가입자 87%가 여전히 그 사각지대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것 자체가 소비자에게는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앱 하나면 청구는 끝”이라는 통념을 그대로 믿기보다, 자신이 실제로 그 13%에 속하는지 먼저 확인하는 태도가 지금으로서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다.
본 글은 투자 권유가 아니라 참고용 정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