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3만 채 중 84%가 지방에 — 지방 미분양이 뒤집는 8·13 대책의 방향
부동산 뉴스의 헤드라인은 언제나 서울을 향합니다. 강남 아파트가 다시 40억을 넘었다거나, 서울 전셋값이 처음으로 7억을 돌파했다는 소식이 화면을 채웁니다. 그런데 같은 시각, 전국에서 다 지어놓고도 팔지 못한 빈집이 3만 채에 육박하고 그중 84%가 지방에 쌓여 있다는 통계는 거의 다뤄지지 않습니다. 이 글은 바로 그 지방 미분양이라는 숫자에서 출발합니다. 그리고 흔히 말하는 “경기가 안 좋아서” “금리가 높아서”라는 뻔한 진단 대신, 한국 주택시장이 이미 정반대의 두 병으로 쪼개졌는데 정부는 여전히 ‘공급’이라는 하나의 약만 전국에 처방하고 있다는, 조금 다른 관점을 제시하려 합니다.
목차
- 숫자로 본 지방 미분양, 두 개의 시장
- 제주의 배신 — 사상 첫 3천 호 돌파
- ‘미분양 6.7만’이 낮아 보이는 착시
- 8·13 대책은 왜 방향이 어긋났나
- 수요가 아니라 공급이 만든 문제
- 뒤늦은 수요책과 그 한계
- 진짜 청구서는 누구에게 가는가
숫자로 본 지방 미분양, 두 개의 시장
먼저 팩트부터 정리하겠습니다. 국토교통부 집계 기준 2026년 6월 말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 7,464가구입니다. 이 가운데 수도권이 1만 8,770가구, 지방이 4만 8,694가구로, 지방이 전체의 72.2%를 차지합니다. 미분양의 큰 덩어리가 지방에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입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미분양 중에서도 다 짓고 나서까지 팔리지 않은 ‘준공 후 미분양’, 이른바 악성 미분양이 2만 9,786가구로 3만 가구에 바짝 다가섰습니다. 그리고 이 악성 미분양의 지역 편중은 전체 미분양보다 훨씬 심합니다. 준공 후 미분양의 84.2%인 2만 5,091가구가 지방에 몰려 있습니다. 팔다 남은 집일수록, 그리고 다 짓고도 안 팔린 집일수록 지방에 쏠린다는 뜻입니다.

어느 지역에 얼마나 쌓였나
지역별로 뜯어보면 편중은 더 선명합니다. 악성 미분양은 대구·경남·부산 같은 영남권과, 최근 증가율이 가팔라진 경북·제주에 집중돼 있습니다. 특히 대구는 한때 ‘미분양 무덤’이라 불릴 만큼 준공 후 재고가 두껍게 쌓였고, 경북은 최근 한 달 새 미분양이 두 자릿수 비율로 늘며 17개 광역 시·도 중 가장 빠른 증가율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서울은 준공 후 미분양이 세 자릿수에 머무는 수준입니다. 같은 ‘미분양’이라는 단어를 쓰지만, 그 안의 지도는 완전히 다르게 그려집니다.
더 무서운 건 속도입니다
규모보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증가 속도입니다.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은 2022년 12월 6,226가구였습니다. 그것이 3년 반 만에 2만 5,091가구로, 네 배 넘게 불어났습니다. 완만한 우상향이 아니라 가팔라지는 곡선입니다. 재고가 쌓이는 속도가 팔리는 속도를 계속 앞질렀다는 의미이고, 이는 단기 경기 부진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구조적 신호입니다.

제주의 배신 — 사상 첫 3천 호 돌파
추상적인 전국 통계가 잘 와닿지 않는다면, 바로 오늘 나온 제주 사례를 보시기 바랍니다. 7월 말 기준 제주의 미분양 주택은 3,303호로, 통계 작성 이래 사상 처음으로 3,000호 선을 넘었습니다. 제주시가 2,299호, 서귀포시가 1,004호입니다. 한 달 만에 394호, 즉 13.5%가 늘었습니다.
이 숫자가 상징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제주는 오랫동안 ‘저렴한 지방’의 반대편, 즉 관광·휴양 프리미엄이 붙는 특수 시장으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그런 제주에서마저 준공 후 미분양이 2,364호로 전체 미분양의 71.5%를 차지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습니다. 이는 ‘지방=저렴하니 미분양’이라는 단순 도식으로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한 달 새 13.5%라는 증가 속도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미분양은 보통 계절과 신규 분양 일정에 따라 오르내리지만, 이미 3천 호를 넘긴 재고 위에 다시 두 자릿수 비율로 얹혔다는 것은 ‘분양가를 낮춰서라도 털어내자’는 움직임보다 ‘일단 버텨보자’는 관성이 더 강하다는 뜻입니다. 가격을 내리면 이미 분양받은 계약자들의 반발과 시행 손실이 확정되니, 파는 쪽은 할인 대신 시간을 택합니다. 그 시간의 비용이 쌓인 결과가 지금의 재고입니다.
고분양가가 만든 자충수
국토교통부가 짚은 제주 미분양 급증의 원인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도심 84㎡ 분양가가 최고 11억 원대까지 치솟은 고분양가. 둘째, 신규 단지의 잇따른 청약 미달. 셋째, 읍·면 지역 단지의 생활편의시설 부족과 접근성 한계입니다. 즉 제주의 이 미분양은 수요가 갑자기 증발해서가 아니라, 분양가를 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위로 올려놓은 공급자 측 판단이 맞물린 결과에 가깝습니다. 이 대목이 뒤에서 다룰 핵심 논점과 연결됩니다.
제주가 특히 의미심장한 이유는 이곳이 인구 유입 지역이라는 점 때문입니다. 인구가 줄어 수요가 사라진 소멸 위기 지역이 아니라, 오히려 사람이 들어오는 지역에서마저 준공 후 빈집이 71.5%까지 차오른 것입니다. ‘인구가 줄어서 미분양’이라는 익숙한 설명만으로는 이 현상을 온전히 담을 수 없다는 반증입니다. 분양가라는 가격 변수가 인구라는 수요 변수를 압도한 사례로 읽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미분양 6.7만’이 낮아 보이는 착시
여기서 첫 번째 반론을 제기하겠습니다. 많은 분석이 “미분양 6만 7천은 과거 위기 때보다 낮은 수준이니 관리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2009년 금융위기 직후에는 전국 미분양이 16만 가구를 넘었습니다. 총량만 보면 지금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하지만 총량은 이 문제의 성격을 가장 잘 가려버리는 지표입니다.
봐야 할 것은 두 가지 비율입니다. 하나는 전체 미분양에서 ‘준공 후’가 차지하는 비중입니다. 계약만 안 된 미분양은 분양가를 조정하거나 시간이 지나면 소화될 여지가 있지만, 다 지어놓은 준공 후 미분양은 시행사·건설사의 자금을 실제로 묶어버립니다. 그 비중이 지금 44%를 넘습니다. 다른 하나는 지역 편중입니다. 준공 후 미분양의 84%가 지방이라는 것은, 전국 평균이라는 렌즈로 보면 절대 보이지 않습니다.
왜 ‘준공 후’라는 단어에 유독 무게를 두어야 할까요. 분양 단계의 미분양은 아직 건물이 올라가는 중이라 시행사가 분양가 할인, 중도금 무이자, 옵션 제공 같은 카드를 써서 계약을 끌어낼 시간이 있습니다. 반면 다 지은 뒤의 미분양은 시간이 우군이 아니라 적군입니다. 관리비와 금융비용은 매달 나가는데 들어오는 돈은 없습니다. 그래서 같은 한 채라도 준공 후 미분양은 재무제표에 훨씬 무겁게 얹힙니다. 총량이 아니라 이 ‘질’을 봐야 위험의 실제 크기가 보입니다.
2009년과 지금을 나란히 놓으면 성격 차이가 분명해집니다. 그때의 미분양은 전국적으로 동시에 터진 ‘경기 충격형’이었습니다.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무너졌고, 경기가 회복되자 함께 소화됐습니다. 반면 지금의 미분양은 수도권 집값이 오르는 와중에 지방에서만 쌓이는 ‘구조 분화형’입니다. 총량이 절반이어도 성질이 다르면 대응도 달라야 합니다. 같은 감기약이라도 열이 나는 환자와 저체온인 환자에게 똑같이 쓸 수는 없는 것과 같습니다.
평균이라는 렌즈의 함정
같은 시기 한국부동산원 주간 통계에서 서울 아파트값은 비강남권까지 오름폭을 확대하며 상승을 주도했고, 전국 지수도 소폭 플러스를 유지했습니다. 그런데 지방은 보합에서 약세권에 머물렀습니다. 8월 분양전망지수는 수도권이 급락하며 2년 6개월 만에 지방에 역전당하기도 했습니다. ‘전국 미분양 6.7만’과 ‘전국 집값 상승’이라는 두 평균값은, 실제로는 정반대로 움직이는 두 시장을 하나의 숫자로 뭉개버린 결과입니다. 지방 미분양의 실체는 이 평균의 함정을 걷어내야 비로소 드러납니다.
8·13 대책은 왜 방향이 어긋났나
이제 이 글의 중심 논점입니다. 정부는 8월 13일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핵심은 수도권에 5년간 23만 호+α를 추가 공급하겠다는 것입니다. 신규 택지 10만 호, 기존 택지 조기 착공 8만 9천 호, 그리고 공공택지 조성 기간을 68개월에서 37개월로 단축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방향은 명확합니다. 수도권에 집을 더, 더 빨리 짓겠다는 것입니다.
수도권만 놓고 보면 이 처방은 논리적입니다. 수도권의 병은 공급 부족이고, 서울 집값이 오르는 근본 원인 중 하나가 만성적인 신축 부족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같은 대책 문서 안에서 지방에 대한 처방이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을 필요 시 지방으로 확대”라는 추상적 한 줄에 그쳤다는 점입니다. 정작 준공 후 미분양의 84%가 쌓인 지방에는 구체적인 흡수책이 사실상 비어 있습니다.
정반대의 병에 같은 약
여기서 통념을 뒤집어 보겠습니다. 흔히 “8·13 대책이 집값을 잡을 것이냐”를 두고 논쟁하지만, 진짜 문제는 효과의 크기가 아니라 방향의 정합성입니다. 한국 주택시장은 이미 하나의 시장이 아닙니다. 수도권은 공급 부족이라는 병을, 지방은 공급 과잉이라는 정반대의 병을 앓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든 약은 ‘공급’이라는 하나뿐입니다. 수도권에는 몇 년 뒤에나 입주로 도착할 ‘늦은 약’이고, 지방에는 ‘전국적으로 공급을 늘린다’는 신호 자체가 미분양 심리를 더 얼어붙게 만드는 ‘독약’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수도권과 지방은 애초에 분리된 시장이니 상관없다는 반박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정책의 언어는 시장을 분리해서 말하지 않습니다. ‘주택공급 확대’라는 하나의 프레임이 지방의 잠재 수요자에게는 “지금 사면 나중에 더 싸게 살 수 있겠다”는 관망 심리를 심습니다. 하나의 처방이 한쪽에서는 부족을 늦게 메우고, 다른 쪽에서는 과잉을 키우는 방향으로 작동하는 셈입니다.
왜 대책은 늘 수도권을 향하나
수치로 다시 확인하면 대비는 더 또렷합니다. 수도권은 5년간 23만 호를 더 짓겠다는데, 지방에는 이미 다 지어놓고 못 판 준공 후 재고 2만 5천 채가 쌓여 있습니다. 한쪽에는 앞으로 지을 집을 얹고, 다른 쪽에는 이미 남아도는 집을 방치하는 그림입니다. 공급이라는 같은 단어가 수도권에서는 ‘해법’으로, 지방에서는 ‘악화 요인’으로 정반대 방향의 힘으로 작동합니다. 처방의 문제는 세기가 아니라 부호가 반대라는 데 있습니다.
이 방향 편중은 담당자의 실수라기보다 구조의 산물입니다. 정치적으로 여론을 움직이는 것은 서울 집값이고, 언론의 헤드라인도 강남과 마·용·성에 집중됩니다. 표와 관심이 수도권에 쏠려 있으니 대책의 무게 중심도 그쪽으로 기웁니다.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은 숫자로는 몇 배 더 심각하지만, 뉴스 가치로는 서울의 신고가 한 건에 밀립니다. 8·13 대책의 수도권 편중은 바로 이 ‘관심의 비대칭’이 정책으로 번역된 결과에 가깝습니다.
공정한 반론도 담아 두겠습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수도권 공급이 전국 집값 기대를 좌우하는 ‘앵커’이기 때문에, 수도권부터 손대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논리가 성립합니다. 실제로 수도권 신축 부족을 방치하면 상승 기대가 전국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다만 그 논리를 받아들이더라도, 지방을 ‘나중에 필요하면’이라는 한 줄로 처리한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수도권 우선과 지방 방치는 같은 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수요가 아니라 공급이 만든 문제
두 번째 반컨센서스 논점입니다. 이 문제를 두고 대부분 “지방에 사람이 안 살아서” “인구가 줄어서” 수요가 없다고 진단합니다. 인구 요인이 배경에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근 3년 반의 급증을 설명하는 더 직접적인 원인은 공급 측에 있습니다. 앞서 제주 사례에서 봤듯, 시장이 감당하기 어려운 고분양가와, 사업을 이미 시작했으니 멈추지 못하는 착공 관성이 재고를 키웠습니다.
실제로 악성 미분양이 쌓이는 와중에도 지방의 착공은 계속됐습니다. 왜일까요.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이미 자금을 조달한 사업은 중간에 멈추면 손실이 확정되기 때문에, 미분양 위험을 알면서도 완공까지 밀어붙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여기에 ‘다 지어도 안 팔리면 결국 공공이 매입해 주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더해지면, 재고가 쌓여도 공급을 줄일 유인이 약해집니다. 시장 왜곡과 도덕적 해이의 씨앗이 여기에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원인과 결과를 뒤집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흔히 “지방은 미분양 때문에 집값이 안 오른다”고 말하지만, 인과의 화살표는 반대쪽으로도 흐릅니다. 분양가를 높게 책정해 초기 계약이 부진하고, 그 미분양이 다시 지역 시세의 상단을 눌러 기존 집값까지 정체시키는 악순환입니다. 대구의 사례에서 보듯 미분양이 조금 줄어드는 국면에도 집값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재고가 시세를 누르고, 눌린 시세가 다시 매수 심리를 얼립니다.
인허가는 이미 급감하고 있다
흥미로운 역설도 있습니다. 미래의 공급을 보여주는 선행지표는 이미 빠르게 얼어붙고 있습니다. 2026년 6월 전국 주택 인허가는 전년 동월 대비 36.1% 줄었고, 비수도권은 45.6%나 급감했습니다. 준공은 비수도권에서 71.9%나 감소했습니다. 즉 지방은 ‘앞으로 지을 물량’은 급격히 줄이면서도, ‘이미 지어버린 재고’는 소화하지 못하는 이중의 시차에 걸려 있습니다. 지금의 지방 재고는 몇 년 전에 착공된 물량의 청구서가 지금 도착하고 있는 것에 가깝습니다.
이 시차는 정책 설계에도 함의를 줍니다. 지방에 지금 필요한 것은 ‘더 짓자’는 공급 신호가 아니라, 이미 지어진 재고가 소화될 시간을 벌어주고 그동안 신규 착공이 과도하게 다시 늘지 않도록 관리하는 일입니다. 반대로 수도권은 인허가가 줄어든 지금부터 3~4년 뒤의 입주 공백이 우려되는 국면입니다. 같은 나라 안에서 한쪽은 ‘착공을 식혀야’ 하고 다른 쪽은 ‘착공을 데워야’ 하는, 정반대의 온도 조절이 동시에 필요한 셈입니다. 하나의 다이얼로는 결코 맞출 수 없는 두 개의 온도입니다.
뒤늦은 수요책과 그 한계
공정하게 보면 정부가 지방을 완전히 방치한 것은 아닙니다. 수요 측 보완책이 있습니다. 기존에 1주택자가 6억 원 이하 지방 미분양을 한 채 더 사면 1주택자로 인정해 주던 기준을 7억 원 이하로 상향했습니다. 1주택자로 인정되면 양도차익 12억 원까지 양도세가 비과세되고 종합부동산세 부담도 줄어듭니다. 인구감소 관심지역에서는 9억 원 이하 주택도 세컨드홈으로 인정하며, 강릉·동해·속초·인제·익산·경주·김천·사천·통영 등이 새로 포함됐습니다.
여기에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에 대한 세제 혜택을 연말까지 연장하고, 주택 환매보증 제도도 새로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재고를 리츠가 사들이고 일정 기간 뒤 되사주는 구조로 미분양을 흡수하겠다는 취지입니다. 방향 자체는 지방의 병에 맞는 ‘수요를 늘리는’ 약입니다. 적어도 문제의 성격을 ‘공급이 아니라 수요’로 옳게 진단한 부분은 평가할 만합니다.
한 가지 더 짚을 것은 ‘초양극화’라는 표현이 통계로도 확인된다는 점입니다. 같은 부동산이라는 이름 아래, 서울은 비강남권까지 오름폭을 넓히며 상승하는데 지방 상당수 지역은 보합과 하락을 오갑니다. 8월 들어 수도권 분양전망지수가 급락해 2년 6개월 만에 지방보다 낮아진 것은, 역설적으로 지방 심리가 바닥에서 더 나빠질 여지가 적을 만큼 이미 눌려 있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양극화는 이제 두 시장의 ‘격차’를 넘어 ‘방향’까지 갈라놓았습니다.
규모와 타이밍이 문제다
그러나 한계가 뚜렷합니다. 첫째, 세제개편의 무게 중심은 여전히 다주택자 규제와 수도권 고가주택 과세에 쏠려 있습니다. 지방 미분양을 흡수할 새로운 수요를 만들기에는 세컨드홈·1주택 인정 같은 인센티브의 크기가 작습니다. 둘째, 공공 매입은 규모가 상징적입니다. ‘미분양 무덤’으로 불리는 대구에서 LH 매입 협의가 이뤄진 주택이 단 20가구에 그쳤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입니다. 셋째, 이 모든 수요책은 재고가 4배로 불어난 뒤에야 나온 뒤늦은 대응이라는 점에서, 이미 벌어진 손실을 되돌리기보다 추가 악화를 늦추는 성격에 가깝습니다.
실수요자 관점에서 계산기를 두드려 보면 인센티브의 무게감이 더 실감 납니다. ‘7억 이하 지방 주택 한 채를 1주택으로 인정’이라는 혜택은, 애초에 여윳돈으로 두 번째 집을 살 수 있는 계층에게만 유효합니다. 다주택 규제와 대출 조이기가 함께 걸려 있는 상황에서, 실거주 한 채가 급한 무주택 청년이나 서민이 지방의 미분양 주택을 사러 나설 이유는 크지 않습니다. 결국 이 수요책은 시장의 얇은 상단만 자극할 뿐, 재고의 몸통을 밀어내기에는 힘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진짜 청구서는 누구에게 가는가
모든 시장 왜곡에는 대가를 치르는 주체가 있습니다. 지방 미분양의 청구서는 세 갈래로 갑니다. 첫째, 지방 건설사입니다. 2026년 상반기 폐업을 신고한 건설사는 2,092곳으로 전년 대비 19.8% 늘었습니다. 준공 후 미분양은 곧바로 시행·시공사의 자금을 묶는 만큼, 지방 중소 건설사와 그 하청, 지역 고용으로 충격이 번집니다.
둘째, 납세자입니다. 공공이 미분양을 매입하거나 리츠에 세제 혜택을 주는 방식은 결국 재정이 리스크를 떠안는 구조입니다. 시장 가격 발견 기능을 흐리고, 앞서 말한 도덕적 해이를 키운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셋째, 역설적이게도 무주택 실수요자입니다. 지방의 자원과 관심이 미분양 방어에 묶이는 동안, 정작 필요한 지역 맞춤형 주거·정주 여건 개선은 뒤로 밀립니다.
여기에 잘 드러나지 않는 넷째 청구서가 있습니다. 금융 시스템입니다.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은 상당수가 PF와 브리지론에 얽혀 있습니다. 다 지은 집이 팔리지 않으면 대출을 상환할 현금흐름이 끊기고, 그 부실은 시행사와 시공사를 거쳐 이들에게 돈을 빌려준 저축은행·캐피털·증권사로 번집니다. 이것이 단순한 지역 부동산 문제가 아니라 금융 안정의 잠재 뇌관으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빈집 한 채의 문제가 대출 장부의 문제로 옮겨 붙는 경로입니다.
앞으로 봐야 할 세 가지 신호
정리하며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합니다. 첫째, 완만한 소화입니다. 인허가·착공 급감으로 신규 공급이 마르면서 시간이 지나 재고가 서서히 줄어드는 경로입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지방 건설 생태계의 체력 손실은 남습니다. 둘째, 고착화입니다. 고분양가와 심리 위축이 지속되며 준공 후 미분양이 3만 가구를 넘어 상수처럼 굳어지는 경로입니다. 셋째, 정책 재설계입니다. ‘공급 하나의 약’에서 벗어나 수도권은 공급, 지방은 수요·구조조정으로 처방을 분리하는 방향입니다.
세 경로 중 어디로 갈지를 가늠하려면 몇 가지 지표를 체크리스트처럼 지켜보면 됩니다. 하나, 준공 후 미분양이 3만 가구 선을 넘어 고착되는가, 아니면 정점을 찍고 꺾이는가. 둘, 지방 인허가·착공의 급감세가 신규 물량을 충분히 줄여 수급의 균형점을 앞당기는가. 셋, CR리츠와 공공 매입이 상징적 규모를 넘어 실제로 재고를 흡수하는 규모까지 커지는가. 넷, 세제개편의 무게 중심이 다주택·수도권에서 지방 수요 진작으로 조금이라도 이동하는가. 이 네 가지가 앞으로의 방향을 알려줄 나침반입니다.
결국 봐야 할 숫자는 하나로 요약됩니다. 매달 발표되는 국토교통부 미분양 통계에서 총량이 아니라 ‘준공 후 비중’과 ‘지방 편중’이라는 두 숫자를 함께 보아야, 지방 미분양이라는 문제의 진짜 온도를 읽을 수 있습니다. 헤드라인이 ‘전국 미분양 감소’라고 외칠 때조차, 그 안에서 준공 후 비중과 지방 몫이 커지고 있다면 상황은 나아진 것이 아니라 더 무거워진 것일 수 있습니다.
한 걸음 물러서 보면, 이 문제는 부동산을 넘어 ‘국토를 어떻게 채울 것인가’라는 질문과 맞닿아 있습니다. 수도권으로의 쏠림이 심해질수록 지방의 빈집은 늘고, 지방의 빈집이 늘수록 그곳을 떠나려는 이유는 하나 더 생깁니다. 미분양을 단지 재고 관리의 문제로만 다루면 이 되먹임 고리는 끊기지 않습니다. 집이 남아도는 곳과 집이 부족한 곳을 같은 정책 언어로 묶는 순간, 두 곳의 문제는 모두 조금씩 더 나빠집니다.
지방 미분양은 ‘지방만의 지방 문제’가 아닙니다. 하나의 시장이 정반대 두 병으로 갈라졌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한, 어떤 대책도 절반은 늦고 절반은 어긋납니다. 봐야 할 것은 서울의 신고가 헤드라인이 아니라, 다 지어놓고 불 꺼진 지방의 빈집 3만 채가 보내는 신호입니다.
※ 본 글은 특정 자산이나 지역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니라 참고용 정보입니다. 미분양·부동산 통계는 발표 시점과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모든 투자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최신 수치는 국토교통부 미분양주택현황 통계에서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