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반도체 쇼크로 롤러코스터 장세, 반도체 쇼크 딛고 하루 만에 급반등한 이유
제헌절 연휴가 끝난 지난 7월 20일, 국내 증시는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탔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4.46% 급락하며 6516.27로 마감했고, 코스닥은 750선이 무너지는 충격을 받았다. 코스피·코스닥 양 시장에서 매도 사이드카가 이틀 연속 발동될 만큼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인 7월 21일, 시장은 정반대의 얼굴을 보였다.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순매수에 나서면서 코스피는 장 초반부터 강한 반등 흐름을 그렸고, SK하이닉스는 10%대, 삼성전자는 6%대 급등하며 지수 자체가 6%대 넘게 뛰어올랐다. 하루이틀 사이에 지수가 4%대 급락과 6%대 급반등을 오간 것은 올 하반기 들어 가장 극적인 변동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롤러코스터 장세의 배경에는 중국발 인공지능(AI) 모델 쇼크, 미국과 이란 사이의 지정학적 긴장, 그리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사상 최대 규모로 예상되는 2분기 실적이라는 세 개의 축이 동시에 얽혀 있다. 오늘은 이 급락과 급반등의 전 과정을 짚어보고, 그 배경이 된 사건들과 앞으로의 시장 전망까지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1. 최근 동향: 하루 만에 뒤바뀐 코스피, 무슨 일이 있었나
먼저 시계열을 따라가 보자. 7월 17일을 전후해 국내 증시가 쉬는 사이 글로벌 반도체주가 큰 폭으로 흔들렸다. 중국 AI 스타트업 문샷(Moonshot) AI가 새로운 대형언어모델 ‘키미 K3(Kimi K3)’를 공개하면서 오픈AI와 앤트로픽의 최상위 모델에 근접한 성능을 보였다는 평가가 나왔고, 이는 곧바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막대한 AI 인프라 투자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으로 번졌다. 엔비디아, 브로드컴, AMD 등 주요 AI 반도체주가 일제히 하락했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고점 대비 20% 넘게 밀리며 기술적 약세장(베어마켓)에 진입했다.
이 여파가 국내 증시가 재개장한 7월 20일 월요일 그대로 반영됐다. 삼성전자는 5.20% 내린 24만1750원, SK하이닉스는 4.45% 내린 176만원에 거래되며 대형 반도체주가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5971억원, 4429억원을 순매수하며 저가 매수에 나섰지만, 기관이 1조1466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결국 코스피는 304.33포인트(4.46%) 하락한 6516.27로 장을 마쳤고, 코스닥 역시 750선이 붕괴되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낙폭이 커지자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는 프로그램 매도호가의 효력을 일시 정지시키는 매도 사이드카가 이틀 연속 발동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업황 피크아웃(고점 통과) 우려와 더불어 미국과 이란 사이의 무력 충돌 가능성이 재부각된 지정학적 불안까지 겹치며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반전은 빠르게 찾아왔다. 다음 거래일인 7월 21일, 코스피는 개장 초반부터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수에 힘입어 급등세로 돌아섰다. 반도체와 전기전자 대형주가 상승을 견인하는 가운데 매수세가 시장 전반으로 확산됐다. 이날 SK하이닉스는 10.61% 급등했고 삼성전자는 6.46% 상승했으며, 삼성전기는 8.77%, SK스퀘어는 16.22% 뛰어오르는 등 반도체 밸류체인 전반이 강하게 반등했다. 증권가에서는 전일 낙폭이 과도했다는 인식과 함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이 시장 우려와 달리 견조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저가 매수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했다. 이틀 사이 지수가 롤러코스터를 그린 것은 그만큼 지금 시장이 작은 뉴스 하나에도 크게 출렁일 만큼 민감한 국면에 놓여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2. 사이드카란 무엇인가: 이틀 연속 발동된 시장 안전장치
이번 급락장에서 유독 눈에 띈 단어가 ‘사이드카’다. 사이드카는 선물시장이 급변동할 때 프로그램 매매가 시장 충격을 증폭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선물 가격이 기준가 대비 일정 비율 이상 급등하거나 급락한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되면 프로그램 매매 호가의 효력을 5분간 일시 정지시키는 장치다. 코스피 시장에서는 선물 가격이 전일 종가 대비 5% 이상 변동하고 코스피200 지수 선물 종가 대비 3% 이상 변동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될 때 발동되며, 코스닥 시장은 이보다 완화된 기준을 적용한다. 하루에 한 번만 발동되고, 발동 후 5분이 지나면 자동으로 해제되는 것이 특징이다.
사이드카는 서킷브레이커와 혼동되기 쉽지만 성격이 다르다. 서킷브레이커는 현물 시장 지수 자체가 일정 폭(1단계 8%, 2단계 15%, 3단계 20%) 이상 급락할 때 아예 거래 자체를 일시 중단시키는 훨씬 더 강력한 조치인 반면, 사이드카는 프로그램 매매만을 일시적으로 묶어두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안전장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스피·코스닥 양 시장에서 이틀 연속 사이드카가 발동됐다는 것은, 그만큼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짧은 시간에 집중되며 낙폭을 키우는 되먹임 현상이 나타났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반도체 대형주 중심의 프로그램 매도가 지수 하락을 가속화했고, 이는 다시 개인 투자자들의 패닉 셀링을 자극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실적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수급이 수급을 부르는 전형적인 단기 과매도 국면이었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3. 배경이 된 사건들: 키미 K3 쇼크와 미·이란 지정학 리스크
2-1. 중국 AI 모델 ‘키미 K3’가 쏘아올린 반도체주 충격
이번 변동성의 기폭제가 된 것은 중국 AI 스타트업 문샷 AI가 공개한 신형 언어모델 ‘키미 K3’였다. 이 모델은 2조8000억 개에 달하는 파라미터와 100만 토큰에 이르는 컨텍스트 윈도우를 탑재한 것으로 알려지며 업계를 놀라게 했다. 특히 성능 면에서 오픈AI와 앤트로픽의 최상위 모델에 근접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저비용으로도 최고 수준의 AI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이는 과거 딥시크(DeepSeek) 쇼크를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지난 2025년 초 중국 딥시크가 저비용 고성능 AI 모델을 공개했을 때도 미국 빅테크의 AI 투자 과잉 우려로 반도체주가 단기 급락한 바 있다.
이번에도 시장의 즉각적인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저비용으로 고성능 AI를 구현할 수 있다면 굳이 막대한 자본을 들여 GPU와 데이터센터를 늘릴 필요가 있는가”라는 의구심이 퍼지면서 엔비디아·브로드컴·AMD 등 미국 AI 반도체 대표주가 일제히 하락했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고점 대비 20% 넘게 조정받아 기술적 약세장에 들어섰다. 다만 흥미로운 점은 과거 딥시크 쇼크 당시에도 단기 충격 이후 오히려 반도체주가 큰 폭으로 반등했던 전례가 있다는 것이다. “딥시크 쇼크 1년 뒤 오히려 폭등했다”는 시장의 기억이 이번 키미 K3 쇼크 국면에서도 회자되며 저가 매수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표면적인 단기 변동성 이면을 들여다보면, 키미 K3처럼 파라미터 수와 컨텍스트 윈도우가 큰 모델일수록 구동을 위해 훨씬 더 많은 메모리 용량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모델이 폐쇄형이든 개방형이든, 실제로 이를 서비스하려면 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네트워크 장비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즉 키미 K3와 같은 고성능 모델이 늘어날수록 관련 하드웨어, 특히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수요는 구조적으로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AI 반도체 투자 위축은 착각”이라며, 이번 조정을 소수의 메모리 공급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오히려 장기적으로 우호적인 신호로 해석하는 시각도 나온다.
2-2. 미국-이란 갈등과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
코스피 급락의 또 다른 축은 지정학적 리스크였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 6월 무력 충돌 이후 휴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지만,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보장을 둘러싼 이견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양해각서에는 “이란이 상선의 안전한 통항을 보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문구가 담겼는데, 이란 측은 이를 근거로 해협에 대한 관리·통제 권한이 자신들에게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반면,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항행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갈등의 불씨가 남아 있는 상태다.
실제로 6월 중순 미국과 이란이 휴전 합의에 이르렀을 당시에는 호르무즈 해협 개방 기대감에 국제유가가 급락했다.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4.50달러(5.29%) 내린 82.83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4.66달러(5.5%) 내린 80.22달러까지 밀린 바 있다. 그러나 이후 통항 관리 주체를 둘러싼 신경전이 이어지며 휴전 자체가 붕괴 직전까지 가는 등 불안정한 흐름이 반복됐고, 국제유가는 다시 배럴당 80달러를 웃도는 수준까지 재상승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천연가스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는 핵심 길목인 만큼, 이 지역의 긴장은 원자재 시장뿐 아니라 글로벌 위험자산 전반의 투자심리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지난 7월 20일 코스피 급락 당일에도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 가능성에 따른 지정학적 불안”이 국내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던 만큼, 중동발 리스크는 여전히 국내외 증시의 잠재적 뇌관으로 남아 있다.
4. 관련 기업·업종 이슈: 삼성전자·SK하이닉스, 사상 최대 실적이 반등의 열쇠
이번 변동성 장세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은 곳은 역시 국내 증시 시가총액 1, 2위를 다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두 회사 모두 올해 2분기 실적이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반도체 쇼크로 인한 단기 주가 급락이 오히려 저가 매수 기회로 인식됐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삼성전자는 7월 7일 2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는데, 증권가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700% 급증한 84조5807억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일부 전망에서는 100조원을 넘길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올 정도로, 메모리 반도체 업황 개선과 HBM(고대역폭메모리) 판매 확대가 실적을 크게 밀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7월 29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데, 시장에서는 매출이 약 83조6237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영업이익 70조원 돌파와 70%대 영업이익률 재달성 여부가 최대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이런 실적 기대는 HBM과 범용 D램의 출하량 및 가격 흐름에 크게 좌우된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HBM 수요 증가와 D램 가격의 우상향 흐름이 두 회사의 매출과 마진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구조다. 이 때문에 키미 K3 쇼크로 촉발된 단기 반도체주 급락이 오히려 “메모리 수요의 구조적 성장 스토리는 훼손되지 않았다”는 인식과 맞물리면서, 7월 21일 반등장에서 SK하이닉스(+10.61%), 삼성전자(+6.46%), 삼성전기(+8.77%), SK스퀘어(+16.22%) 등 반도체 밸류체인 전반이 동반 급등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SOX 지수가 여전히 고점 대비 20% 넘게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만큼, 글로벌 AI 반도체 업황에 대한 경계감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짚어볼 필요가 있다.
반도체 밸류체인 내에서도 온도차는 존재한다. 메모리 반도체 자체를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 수요 확대의 직접적인 수혜를 누리는 반면, 반도체 부품이나 기판을 공급하는 삼성전기 같은 후방 산업 기업들은 메모리 업체들의 생산 확대에 연동해 실적이 개선되는 간접 수혜 구조를 갖는다. SK스퀘어처럼 SK하이닉스 지분을 보유한 지주사 성격의 종목은 SK하이닉스 주가 움직임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번 반등장에서 SK스퀘어가 16%대의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설명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같은 반도체 테마 안에서도 기업별로 실적에 반영되는 시차와 민감도가 다르다는 점을 구분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2분기 실적 시즌이 단순히 한 분기 숫자를 확인하는 자리를 넘어, 향후 HBM4 등 차세대 메모리 제품으로의 전환 속도와 고객사별 수주 현황을 가늠하는 중요한 이벤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및 HBM 경쟁력 개선 여부, SK하이닉스의 HBM 독주 체제 지속 가능성 등이 향후 주가 방향성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특히 미국 빅테크들의 차세대 AI 가속기 출시 일정과 맞물려 HBM 공급 계약 물량이 어떻게 배분되는지가 두 회사의 하반기 실적 눈높이를 좌우할 전망이다.
5. 전문가 전망: “6000선은 구조적 하단, 7000선 초중반 반등 가능”
급락과 급반등이 반복되는 혼란스러운 장세 속에서 증권가는 비교적 침착한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현재 시장을 짓누르는 악재로 반도체 업황의 피크아웃 우려, 미국·이란 갈등 재점화 가능성, 중국 AI 모델의 부상 등을 꼽으면서도, 이 모든 악재를 감안하더라도 코스피 6000선은 구조적인 하단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즉 7월 20일 기록한 6516.27이라는 저점 부근에서 추가로 큰 폭의 하락이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진단이다.
단기적으로는 7000선 초중반까지 기술적 반등이 가능하다는 전망도 함께 제시됐다. 다만 8500선 안팎에서는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될 수 있다는 신중론도 덧붙였다. 즉 이번 반등이 추세적인 상승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술적 되돌림을 넘어, 실적과 수급이라는 두 가지 펀더멘털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다수의 증권가 리포트는 이번 반등의 지속 여부를 판가름할 핵심 변수로 빅테크 기업들의 매출 증가율과 클라우드 사업 성장세, 그리고 AI 투자 흐름이 견조하게 유지되는지를 꼽고 있다. 이러한 지표들이 예상대로 견조하게 확인된다면 시장도 점차 안정을 찾아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한편 시장에서는 이번 급락이 “이익보다 공포가 앞선” 결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즉 실제 기업 실적이나 산업의 구조적 성장성보다는 단기적인 심리적 충격이 낙폭을 키웠다는 것이다. 이는 앞서 살펴본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사상 최대 실적 전망과도 맞닿아 있다. 펀더멘털이 훼손되지 않은 상태에서 벌어진 심리적 과매도 국면이었다면, 저가 매수에 나선 외국인과 기관의 판단이 상대적으로 합리적이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다만 8월 말로 예정된 SK하이닉스 실적 발표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결정, 미·이란 관계의 향방 등 굵직한 이벤트가 줄줄이 남아 있는 만큼, 변동성 장세가 완전히 끝났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6. 글로벌 증시와의 연계성: 미국 증시·환율까지 함께 흔들렸다
이번 변동성은 국내 증시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코스피가 급락한 지난주 후반, 미국 뉴욕증시도 이틀 연속 하락하며 한 주를 손실로 마감한 바 있다. 이후 대형 기술주와 반도체주가 강세를 보이며 혼조 속에서도 나스닥과 나스닥100이 1%가량 반등하는 등, 미국 증시 역시 AI 반도체 업황을 둘러싼 기대와 우려 사이에서 방향을 잡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내 증시가 미국 반도체주의 움직임에 그대로 연동되는 흐름이 재확인된 셈이다.
외환시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질 때마다 원화는 상대적으로 약세 압력을 받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 반도체주발 변동성 국면에서도 원달러 환율은 외국인 자금 흐름에 따라 출렁이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7월 21일 반등장에서 외국인이 국내 증시로 순매수세를 확대하면서 환율 역시 다소 진정되는 흐름을 나타냈다. 국제유가 역시 미·이란 관계의 향방에 따라 배럴당 80달러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어, 코스피·환율·유가가 서로 맞물려 움직이는 전형적인 ‘리스크 온-오프’ 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시장 참여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결국 투자자들은 국내 개별 종목의 실적뿐 아니라 미국 증시, 국제 유가, 환율까지 함께 살피는 복합적인 시야를 가져야 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7. 시사점: 변동성 장세에서 투자자가 살펴야 할 것들
이번 코스피의 급락과 급반등은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남긴다. 첫째, 국내 증시의 방향성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더 이상 국내 요인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중국의 AI 모델 발표 하나가 미국 반도체주를 흔들고, 이것이 곧바로 코스피 대형주의 주가에 직접적인 충격을 준 것에서 볼 수 있듯, 글로벌 AI 산업과 반도체 공급망은 이제 하나의 유기적인 생태계로 움직이고 있다. 국내 투자자라 하더라도 미국 빅테크의 실적 발표, 중국 AI 기업들의 기술 동향, 나아가 중동의 지정학적 뉴스까지 폭넓게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둘째, 사이드카와 같은 시장 안전장치가 발동될 정도의 급락장에서는 공포에 기반한 투매보다 기업의 펀더멘털을 냉정하게 짚어보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처럼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되는 기업의 주가가 단기 뉴스 하나에 5% 안팎 급락했다가 하루 만에 6~10%대 급반등하는 모습은, 단기 변동성과 기업의 장기 성장 스토리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물론 이는 반대로 저가 매수가 항상 옳다는 의미는 아니며, 반등 이후에도 SOX 지수가 여전히 조정권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추가 변동성 가능성을 염두에 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셋째, HBM을 중심으로 한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AI 모델이 저비용화되든 고성능화되든, 결국 이를 구동하기 위한 메모리와 컴퓨팅 인프라 수요는 구조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이 이번 반등장에서 재확인된 셈이다. 이는 국내 반도체 업종 전반에 대한 중장기 투자심리를 지지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다만 8월 말 예정된 SK하이닉스의 실제 실적 발표, 그리고 미국 연준의 FOMC 회의를 비롯한 굵직한 매크로 이벤트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넷째, 사이드카가 이틀 연속 발동될 정도의 시장이라면 개별 종목 단위의 대응보다 포트폴리오 전체의 변동성 관리가 더 중요해진다. 특정 업종, 특히 반도체 대형주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포트폴리오는 이번과 같은 글로벌 뉴스 하나에 하루 만에 수 퍼센트포인트의 평가손익 차이를 겪을 수 있다는 점을 이번 사례가 보여줬다. 분산 투자와 함께 현금 비중 조절, 단기 이벤트에 따른 과도한 레버리지 회피 등 기본적인 리스크 관리 원칙이 새삼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아울러 뉴스 하나에 일희일비하기보다 기업의 분기 실적 발표, 산업 전반의 수요·공급 데이터와 같은 정량적 지표를 꾸준히 확인하는 습관이 변동성 장세를 견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마무리 및 요약
정리하면, 7월 20일부터 21일까지 이틀 사이 국내 증시는 4%대 급락과 6%대 급반등이라는 극적인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다. 그 배경에는 중국 AI 스타트업 문샷의 신형 모델 ‘키미 K3’ 공개에 따른 글로벌 반도체주 조정,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의 기술적 약세장 진입, 미국·이란 사이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라는 대외 악재가 자리하고 있었다. 여기에 코스피·코스닥 양 시장에서 매도 사이드카가 이틀 연속 발동될 만큼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나란히 사상 최대 수준의 2분기 실적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AI 모델의 고도화가 오히려 메모리 반도체 수요를 구조적으로 늘릴 것이라는 재평가가 맞물리면서, 시장은 하루 만에 강한 반등으로 돌아섰다. 여기에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순매수로 돌아선 수급 요인, 그리고 전일 낙폭이 과도했다는 기술적 되돌림 심리까지 겹치면서 반등의 강도를 한층 키운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서는 코스피 6000선을 구조적인 하단으로, 7000선 초중반을 단기 반등 목표로 제시하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SOX 지수가 여전히 조정권에 머물러 있고, 미·이란 관계와 연준의 통화정책 등 주요 변수들이 아직 남아 있는 만큼 변동성 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투자자라면 단기 뉴스에 일희일비하기보다, 반도체 업황의 구조적 흐름과 개별 기업의 실적 펀더멘털을 함께 짚어보는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한 시점이다. 앞으로 남은 8월 초중순의 미국 빅테크 실적 발표와 SK하이닉스의 2분기 컨퍼런스콜, 그리고 미·이란 관계 및 연준의 정책 행보까지, 코스피의 다음 방향을 결정할 이벤트들이 촘촘히 예정돼 있는 만큼 당분간 시장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 좋겠다.
※ 주의사항: 본 글은 투자 권유가 아니며, 시장 동향을 이해하기 위한 참고 자료로만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투자에 대한 최종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