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을 조인다고 집값이 잡힐까 — 규제의 역설과 전세제도라는 변수

주택 대출 규제를 다시 들어가며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며 또다시 대출의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2025년 6월 27일 발표된 이른바 ‘6·27 부동산 대책’을 시작으로, 같은 해 9월 7일과 10월 15일 잇따라 후속 대책이 나왔고, 여기에 더해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규제까지 겹치면서 지금 대한민국의 주택금융 환경은 역대급으로 조여진 상태다. 수도권과 규제지역에서는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시가 15억 원 초과 주택의 경우 최대 4억 원, 25억 원 초과 주택은 최대 2억 원까지로 축소됐고, 다주택자의 추가 주택 구입 목적 대출은 아예 전면 금지됐다. 1주택자조차 기존 주택을 6개월 안에 처분한다는 조건을 걸어야만 신규 주담대를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생활안정자금 대출은 1억 원으로 묶였고, 금융기관 전체의 대출 총량은 기존 계획의 절반 수준으로, 디딤돌·버팀목 같은 서민 정책대출마저 25% 줄었다.

명분은 명확하다. 집값을 밀어 올리는 투기적 수요, 특히 빚을 내서 집을 사는 ‘영끌’과 갭투자를 차단해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 결과를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좀 다르다. 서울 아파트값은 6·27 대책 발표 직전인 지난해 5월 대비 올해 5월 기준으로 매매가격지수가 11.0% 올랐고, 다른 집계로는 15% 넘게 뛴 것으로 나타난다. 동대문구 13.89%, 마포구 12.04%, 성동구 8.49% 등 이른바 ‘강남권’이 아닌 지역까지 서울 25개 자치구 전역에서 상승세가 확인됐다. 초강력 규제를 걸었는데도 집값은 잡히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 규제는 대체 누구를 향한 것이었고, 누구에게 타격을 준 것일까. 오늘은 이 질문에서 출발해 보려 한다.

1. 대출 규제가 만드는 역설 — 돈 없는 사람만 멈춰 선다

집값을 잡기 위한 대출 규제의 논리는 단순하다. 대출 한도를 줄이면 살 수 있는 사람의 숫자가 줄어들고, 수요가 줄면 가격도 내려간다는 것이다. 교과서적으로는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런데 이 논리에는 치명적인 전제가 하나 빠져 있다. 바로 ‘모든 매수자가 대출에 의존한다’는 전제다. 현실은 다르다. 시장에는 대출이 없어도 집을 살 수 있는 자산가층이 분명히 존재하고, 이들에게 대출 규제는 사실상 아무런 제약이 되지 않는다.

실제로 6·27 대출 규제 직후 강남권과 서울 핵심 지역에서는 오히려 현금 매수 우위를 통한 급매 흡수 움직임이 뚜렷하게 포착됐다. 대출이 막히자 대출이 필요 없는 사람들이 시장에 나온 급매물을 여유 있게 사들인 것이다. 규제로 인해 매물이 소화되지 않아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던 기대와 달리, 현금 부자들이 오히려 저렴해진 매물을 흡수하며 시장의 하방을 지지해준 셈이다. 한 언론이 인용한 현장의 목소리는 이 상황을 정확히 짚는다. “현금 많은 사람은 그대로 사고, 대출 받아야 하는 사람만 멈춰 섰습니다. 집값 잡겠다는 정책이라는데, 막상 잡힌 건 실수요자 발목이더라고요.”

이 말 안에 이번 규제의 본질이 다 들어있다. 대출 규제는 ‘집을 살 수 있는 사람’과 ‘집을 살 수 없는 사람’을 가르는 게 아니라, ‘대출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과 ‘대출이 있어야만 살 수 있는 사람’을 가른다. 그리고 후자는 거의 예외 없이 상대적으로 자산이 적은 서민층,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처음 내 집을 마련하려는 무주택 실수요자다. 이미 집을 여러 채 보유해 자산을 축적한 사람이나 현금 동원력이 있는 부유층은 규제의 그물에 애초에 걸리지 않거나, 걸리더라도 큰 타격을 입지 않는다. 결국 정책의 의도와 무관하게 실제 체감되는 고통은 자산이 적은 쪽에 훨씬 무겁게 쏠리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2. 이미 집이 있는 사람은 왜 타격이 적을까

여기서 한 가지 더 짚어야 할 지점이 있다. 설령 대출 규제로 인해 수요가 일부 줄어 집값이 어느 정도 조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미 주택을 보유한 사람들에게는 그 충격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집값이 오를 때는 자산 가치가 늘어나는 이익을 온전히 누렸지만, 집값이 일시적으로 조정되더라도 그 하락폭이 그동안 누적된 상승분에 비하면 미미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다주택자나 자산가는 한 채의 가격이 다소 흔들려도 포트폴리오 전체로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고, 실거주 목적의 1주택자 역시 당장 집을 팔 계획이 없다면 시세 등락은 장부상의 숫자일 뿐 실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반면 이제 막 집을 마련하려는 무주택 서민에게는 대출 문턱 자체가 ‘내 집 마련이 가능한가, 불가능한가’를 가르는 절대적 장벽이 된다. 즉 같은 규제라도 이미 자산을 가진 쪽은 ‘조금 덜 오르거나 잠깐 주춤하는 정도’의 문제로 끝나지만, 자산이 없는 쪽은 ‘아예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로 다가온다. 규제가 두 집단에 미치는 무게 자체가 다른 것이다.

대출을 조인다고 집값이 잡힐까 — 규제의 역설과 전세제도라는 변수
대출을 조인다고 집값이 잡힐까 — 규제의 역설과 전세제도라는 변수 2

3. 숫자로 본 1년 — 규제는 강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정책 효과를 감정이 아니라 데이터로 짚어보자. 6·27 대책 발표 이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나온 여러 언론의 분석을 종합하면, 서울 아파트값은 규제 이전보다 오히려 더 가파르게 올랐다. 매매가격지수 기준 11% 상승, 다른 집계 기준으로는 15% 이상 상승이라는 수치가 동시에 보고됐고, 무엇보다 강남 3구 같은 특정 지역이 아니라 서울 25개 자치구 전역에서 상승세가 나타났다는 점이 뼈아프다. 규제가 목표로 삼았던 ‘투기 수요가 몰리는 지역’만이 아니라 서울 전체의 주거비 부담이 커진 것이다.

동시에 이 기간 전세시장도 함께 불안해졌다. 매매, 전세, 월세는 서로 대체재 관계에 있는데, 지금 시장에서는 셋 다 동시에 오르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전세대출까지 조이면서 전세를 인위적으로 축소하려는 신호를 보내자, 전세 수요가 매매나 월세로 옮겨가며 오히려 여러 시장에 동시다발적으로 상방 압력을 가하는 역설이 발생한 것이다. 규제 강도는 역대급이었는데 결과는 ‘집값도 못 잡고 서민 주거 불안만 키웠다’는 평가로 요약되는 이유다.

여기에 더해 규제의 그늘도 짙어지고 있다. 은행 문턱이 높아지면서 갈 곳을 잃은 저신용자, 서민층이 제도권 밖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 건수는 2012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했고, 2019년 이후 6년 연속 증가 추세라는 통계도 함께 제시된다. 대출 규제가 집값을 잡는 데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반면, 서민 금융의 안전판은 오히려 약해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정책의 의도와 실제 결과 사이의 간극이 이렇게 크다면, 정책 설계 자체를 근본적으로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3-1. 낯설지 않은 풍경 — 이전 정부에서도 반복된 패턴

사실 ‘대출을 조여서 집값을 잡겠다’는 접근이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앞선 정부에서도 종합부동산세 강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대출 규제 등 수요를 억누르는 정책이 임기 내내 반복적으로 쏟아진 바 있다. 당시에도 논리는 지금과 비슷했다. 투기 수요를 차단하면 집값이 안정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서울 아파트값은 해당 기간 내내 가파르게 상승했고, 오히려 규제가 쌓일수록 매물 잠김 현상이 심해지며 시장의 유동성만 떨어뜨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규제로 인해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고 버티는 ‘동결 효과’가 나타났고, 그 사이 정작 집이 필요한 무주택 실수요자는 줄어든 매물을 놓고 오히려 더 치열하게 경쟁해야 했다.

지금의 6·27, 9·7, 10·15 대책과 스트레스 DSR 3단계 규제 역시 이 익숙한 패턴을 그대로 밟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정책 수단은 종부세에서 대출 규제로 옮겨갔지만, ‘수요를 억눌러서 가격을 잡는다’는 기본 골격은 그대로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서울 아파트값이 25개 자치구 전역에서 상승했다는 결과 역시, 과거 정부에서 이미 한 차례 확인된 바 있는 익숙한 실패의 반복처럼 보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같은 방식의 정책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하면서 매번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이제는 재검토돼야 할 시점이라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3-2. 해외는 다르게 접근한다 — 공급 중심 정책의 사례

시야를 해외로 넓혀보면 시사점이 더 분명해진다. 주택 가격 안정에 상대적으로 성공한 사례로 자주 거론되는 도시들의 공통점은 대출을 조이는 데 집중하기보다 공급 물량 자체를 꾸준히 늘리는 데 정책의 무게를 뒀다는 점이다. 도쿄는 재건축과 용도지역 변경 절차를 간소화해 민간의 신규 주택 공급을 적극적으로 유도했고, 그 결과 장기간 주택 가격이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수요 억제 위주의 정책을 반복해온 도시들에서는 규제가 강화될 때마다 일시적으로 거래량이 줄어드는 효과는 있었지만, 가격 자체가 구조적으로 안정되는 결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는 분석이 많다.

물론 각국의 토지 제도, 인구 구조, 금융 시스템이 달라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이런 사례들이 공통적으로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수요를 억누르는 정책은 시장에 일시적인 충격을 줄 수는 있어도, 근본적인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지 못하면 결국 가격은 다시 오른다는 것이다. 대출 규제로 매수 여력이 있는 계층과 없는 계층을 가르는 동안, 정작 시장에 필요한 새 집은 한 채도 늘어나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4. 전세제도, 없애면 될까 — 뜨거운 논쟁의 한복판

이번 논의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전세제도를 둘러싼 논쟁이다. 정부는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전세라는 게 대한민국에만 있는 제도인데 일종의 사금융”이라며 “전세 대출을 많이 해준 게 집값 상승의 주된 원인이고, 전세 사기도 생겼다”, “결국은 조금씩 사라져가지 않을까 싶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이 발언은 즉각 정치권과 시장의 반발을 불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세 소멸은 정상화가 아니라 정책 참사”이며 “서민 주거 안정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는 장면”이라고 비판했고, 국민의힘 김종양 의원은 국내 전세대출 잔액이 올해 3월 기준 171조 1000억 원으로 현 정부 출범 당시보다 오히려 2조 4000억 원가량 줄었는데도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7%나 올랐다는 점을 들어 “전세대출이 집값 폭등의 주범이라는 주장은 궤변”이라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전세 비중이 장기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전체 임차 가구 중 전세 비중은 2000년 65.7%에서 2020년 39.9%로, 서울은 같은 기간 71.7%에서 47.5%로 감소했다. 시장 스스로도 서서히 월세화되는 흐름을 밟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흐름과 ‘정책적으로 전세를 없애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는 그간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분명히 해왔다”며 “주택 공급이 충분히 이뤄져 있을 때라면 전세가 월세화되는 방향을 논의할 수 있지만, 지금처럼 전세 물량이 부족하고 시장이 실거주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전세를 없애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짚었다.

더욱이 최근 발표된 스트레스 DSR 3단계 규제에서는 1주택자의 전세대출까지 DSR 산정에 반영하고, 스트레스 금리의 하한을 수도권·규제지역 주담대에 한해 기존 1.5%에서 3%로 올리는 방안이 하반기부터 전국 단위로 확대 시행될 예정이다. 이는 사실상 전세자금 마련 자체를 대출 규제의 틀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으로, 실거주 목적으로 전셋집을 구하려는 서민들의 문턱까지 함께 높아진다는 뜻이다. 매매 대출뿐 아니라 전세 대출까지 옥죄는 방향으로 규제가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논쟁은 단순히 ‘전세제도를 유지하느냐 없애느냐’를 넘어 ‘서민이 그나마 기댈 수 있는 마지막 자금줄까지 막을 것이냐’는 질문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 지점에서 균형 잡힌 판단이 필요하다. 전세제도가 갭투자를 부추기고 집값 상승의 한 축이 됐다는 정부 측 문제의식에도 일리는 있다. 전세보증금을 지렛대 삼아 소액의 자기자본만으로 집을 사들이는 갭투자 구조가 실제로 존재했고, 이는 무리한 전세 레버리지로 이어져 최근 몇 년간 대규모 전세 사기 사태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전세제도 자체를 인위적으로, 그것도 공급이 부족한 지금 시점에 소멸시키려는 접근은 순서가 잘못됐다는 반론도 무겁게 들어야 한다. 전세라는 사다리를 걷어차는 순간, 그 자리를 대체할 것은 결국 매달 고정비가 나가는 월세뿐이고, 이는 청년층과 서민층의 가처분소득을 갉아먹어 오히려 자산 형성의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우려다.

5. 그렇다면 무엇이 먼저인가 — 공급과 규제완화라는 우선순위

여기서 이 글이 던지고 싶은 핵심 질문이 나온다. 대출을 조이고 전세를 없애는 방향이 아니라, 오히려 규제를 풀고 공급을 늘리는 방향은 왜 정책 테이블에서 우선순위 밖으로 밀려나 있을까.

수요를 억누르는 정책은 구조적으로 ‘자산이 적은 사람에게 더 아픈’ 방식으로 작동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미 1년치 데이터가 보여주고 있다. 대출 총량을 줄이고 한도를 깎아도 현금 여력이 있는 계층은 시장에서 이탈하지 않고, 오히려 대출이 필요했던 실수요자들만 시장 밖으로 밀려난다. 그 결과가 ‘규제는 역대급인데 서울 집값은 25개구 전역에서 올랐다’는 지금의 성적표다. 반면 공급을 늘리는 정책, 예컨대 신규 택지 개발,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도심 고밀 개발 허용 등은 시차는 있지만 시장 전체의 물량 자체를 늘려 가격에 구조적인 하방 압력을 준다. 수요를 억지로 틀어막는 방식보다 공급을 풀어주는 방식이 특정 계층에게만 고통을 전가하지 않으면서도 장기적으로 더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전세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문제의 본질은 전세라는 제도 자체가 아니라, 전세를 지렛대로 삼은 무리한 갭투자와 부족한 공급, 그리고 이를 관리하지 못한 보증 체계에 있다는 시각이 있다. 전세 보증 체계를 정교하게 다듬어 갭투자에 악용되는 구멍은 막되,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 기능 자체는 유지하는 점진적 개편이 ‘전세는 사라질 제도’라는 선언적 접근보다 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야당 일각에서도 “해법은 급격한 퇴출이 아니라 점진적 전환”이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5-1.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풀어야 하나

원론적으로 ‘규제를 완화하고 공급을 늘리자’고 말하는 것은 쉽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손봐야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몇 가지 방향을 짚어볼 수 있다.

첫째, 재건축·재개발 관련 규제의 정비다. 안전진단 기준, 초과이익환수제, 용적률 제한 등 재건축 사업 전반에 걸린 복합적인 규제를 정비해 노후 주택 단지의 정비 사업 속도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서울처럼 신규 택지가 사실상 고갈된 도시에서는 결국 기존 저층·노후 주택을 고밀로 다시 짓는 것이 실질적인 공급 확대의 거의 유일한 통로이기 때문이다.

둘째, 실수요자에 대한 대출 규제의 차등화다. 지금처럼 소득이나 주택가격, 실거주 여부와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대출 한도를 깎는 방식 대신, 생애최초 구입자나 무주택 실수요자에게는 별도의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투기적 수요와 실수요를 구분하지 않고 뭉뚱그려 규제하면, 정작 잡아야 할 투기 수요는 현금 동원력으로 빠져나가고 정작 보호해야 할 실수요자만 그물에 걸리는 지금과 같은 역설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셋째, 신규 택지와 도심 유휴부지의 활용이다. 3기 신도시나 도심 내 유휴 국공유지, 노후 상업지역의 복합 개발 등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물량 자체를 늘리는 계획을 흔들림 없이 추진할 필요가 있다. 대출 규제는 즉각적이지만 근본적 처방이 아니고, 공급 확대는 더디지만 구조적인 처방이라는 점에서 두 정책은 상호 보완적으로 설계돼야지, 공급 확대는 뒷전으로 미룬 채 규제만 반복하는 지금의 방식은 곤란하다.

6. 규제 일변도 정책이 반복되는 이유

그렇다면 왜 정부는 매번 대출 조이기와 수요 억제 카드를 먼저 꺼내드는 것일까. 몇 가지 현실적인 이유를 짚어볼 수 있다.

첫째, 공급 확대 정책은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최소 수년이 걸리는 반면, 대출 규제는 발표 즉시 시장에 신호를 줄 수 있어 정치적으로 ‘즉각 대응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기에 유리하다. 둘째,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나 그린벨트 해제 같은 공급 확대책은 이해관계자가 많고 지역 주민 반발, 환경 논쟁 등 정치적 부담이 커서 추진 동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셋째, 대출 규제는 ‘투기 세력을 잡는다’는 명분을 세우기 좋아 여론의 지지를 받기 쉬운 반면, 규제 완화는 자칫 ‘집값을 부추기는 정책’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기 쉽다. 그 결과 정치적으로 손쉬운 대출 규제가 매번 우선순위에 오르고, 정작 구조적인 해법인 공급 확대와 규제 완화는 뒷전으로 밀리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패턴이 반복될수록 정책의 실질적 효과는 점점 떨어지고, 그 사이 서민 실수요자들의 피해만 누적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 1년 사이 6·27, 9·7, 10·15 대책에 이어 스트레스 DSR 3단계까지 규제가 겹겹이 쌓였지만, 서울 집값은 오히려 상승폭을 키웠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미 내성이 생긴 시장에 단기적 효과만 있을 뿐 상승세를 꺾기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규제를 계속 쌓아 올리는 방식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7. 균형 잡힌 시각에서 본 반론들

물론 이 글의 문제의식에 대한 반론도 충분히 존재한다. 규제 완화론자들의 주장처럼 규제를 풀면 당장은 억눌렸던 수요가 한꺼번에 풀리면서 오히려 단기적으로 가격이 급등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은 타당하다. 공급 확대 역시 택지 확보, 인허가, 시공까지 감안하면 최소 5년 이상의 시차가 있어 당장의 가격 안정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현실적 한계도 있다. 전세제도에 대해서도, 갭투자와 결합된 전세 레버리지가 실제로 시장 변동성을 키우고 전세 사기 같은 부작용을 낳았다는 점에서 정부의 문제의식 자체를 완전히 틀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규제가 전혀 효과가 없었다고 단정하기도 조심스럽다. 규제가 없었다면 상승폭이 지금보다 훨씬 더 컸을 것이라는 반론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정책 조합이 ‘고통의 배분’이라는 측면에서 공정한지는 다시 물어야 한다. 규제의 실효성에 대한 평가는 진영에 따라 엇갈릴 수 있어도, 그 규제의 실제 부담이 자산이 적은 실수요자에게 유독 무겁게 쏠리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여러 데이터와 현장의 목소리가 공통적으로 가리키고 있다. 정책의 방향을 전면 백지화하자는 것이 아니라, 수요 억제 일변도에서 벗어나 공급 확대와 규제 완화, 그리고 전세제도의 점진적 개편이라는 균형 잡힌 조합으로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는 것이 이 글이 말하고자 하는 지점이다.

나가며 — 결국 문제는 ‘누가 감당하는가’

집값을 잡겠다는 목표 자체를 반대할 사람은 없다. 문제는 방법이다. 지난 1년의 데이터는 대출을 조이는 방식이 집값 안정이라는 목표는 달성하지 못한 채, 그 고통만 서민 실수요자에게 집중시켰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현금이 있는 사람은 여전히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집을 살 수 있었고, 이미 집을 가진 사람은 시세가 다소 주춤해도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 반면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디딘 청년, 신혼부부, 처음 내 집을 마련하려던 무주택 서민들은 대출이라는 문턱 앞에서 그대로 멈춰 서야 했다.

전세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제도의 부작용을 손보는 것과 제도 자체를 없애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공급이 부족한 지금, 서민들의 마지막 사다리를 서둘러 걷어내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목소리에 좀 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정책의 성패는 결국 숫자로 드러난다. 규제는 강했지만 서울 집값은 25개 자치구 전역에서 올랐고, 전세시장은 더 불안해졌으며, 서민들은 제도권 금융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이제는 수요를 억누르는 규제 일변도에서 벗어나, 공급을 늘리고 시장의 숨통을 틔워주는 방향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겨야 할 때가 아닐까.

같은 방식의 규제를 정권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하면서 매번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더 이상 유효한 전략이 아니다. 대출 규제 한 장 한 장을 더 두껍게 쌓아 올리기 전에,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물어야 한다. 집값을 잡는 정책이 아니라 실수요자의 발목만 잡는 정책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이야말로 방향을 재점검할 시점이다.


이 글은 정부 정책에 대한 개인적 견해와 공개된 언론 보도,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