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시한부로 열린 문, 토큰화 주식 면제의 조건을 뜯어봤다

주식이 코인처럼 거래된다는데, 토큰화 주식 면제가 실제로 바꾼 것은 무엇인가

현지 시각 9월 17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블록체인 위에서 미국 상장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한시적 조치를 내놨다. 정식 명칭은 ‘혁신 면제(Innovation Exemption)’이고, 근거는 증권거래법상 면제 권한이다. 발표 직후 뉴욕장에서 서클(Circle)은 5.77%, 코인베이스는 5.75%, 로빈후드는 5.16% 올랐다. 시장은 이 소식을 ‘미국이 주식의 토큰화를 허용했다’로 읽었다. 그런데 토큰화 주식 면제의 문장을 한 줄씩 따라가 보면, 이 조치가 바꾼 것은 ‘거래가 가능한가’가 아니라 ‘결제와 보관, 투자자 보호의 책임이 어디에 놓이는가’에 가깝다.

목차

  • 하루 만에 5% 넘게 오른 세 종목, 승인된 것은 거래소가 아니었다
  • 토큰화 주식 면제가 실제로 면제한 두 가지
  • 조건이 곧 상한이다: 5년, 종목 수, 거래량, 발행사 거부권
  • 합성 주식토큰은 왜 ‘야생’에 남겨졌나
  • 청산·결제·보관은 그대로다, 책임의 위치가 말해주는 것
  • 그래서 오른 것은 거래가 아니라 인프라다
  • 한국에서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하루 만에 5% 넘게 오른 세 종목, 승인된 것은 거래소가 아니었다

이번 조치의 공식 문서는 증권거래법 공표번호 34-106402 명령과 같은 날 나온 보도자료, 그리고 위원 성명이다. 문서가 규정하는 수범자는 ‘토큰화 증권 거래장(TSV·Tokenized Securities Venue)’이라는 새로운 범주다. 기존 암호화폐 거래소가 이름만 바꿔 들어가는 자리가 아니라, 미국 법인이어야 하고 참가자 자격 심사를 거친 ‘허가형(permissioned)’ 참가자만 받아야 하며, 거래는 자동화 시장조성자(AMM) 방식 유동성 풀을 통해야 한다.

즉 승인 대상은 회사가 아니라 구조다. 발표 시점까지 어느 사업자가 실제로 TSV로 등록했는지, 첫 거래가 언제 시작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필자가 SEC 보도자료와 위원 성명, 영문·한국어 매체를 교차 확인했지만 개별 승인 명단은 확인하지 못했다. 이 항목은 확인 실패로 남겨두고 단정하지 않는다. 주가가 먼저 움직였을 뿐, 사업 개시는 아직 서류 단계다.

배경 수치 하나만 덧붙인다. 2026년 9월 18일 오전 8시 28분(KST) 업비트 공개 API로 직접 조회한 시세는 비트코인 1억5,507만원(전일 대비 +0.62%), 이더리움 337만8,000원(+1.62%)이었다. 규제 뉴스의 파급이 코인 가격보다 관련 상장사 주가에 먼저 반영된 셈이다.

5년 시한부로 열린 문, 토큰화 주식 면제의 조건을 뜯어봤다 현지 시각 9월 17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블록체인 위에서 미국 상장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한시적 조치를 내놨다. 정식 명칭은 '혁신 면제(Innovation Exemption)'이고, 근거는 증권거래법상 면제 권한이다. 발표 직후 뉴욕장에서 서클(Circle)은 5.77%, 코인베이스는 5.75%, 로빈후드는 5.16% 올랐다. 시장은 이 소식을 '미국이 주식의 토큰화를 허용했다'로 읽었다. 그런데 토큰화 주식 면제의 문장을 한 줄씩 따라가 보면, 이 조치가 바꾼 것은 '거래가 가능한가'가 아니라 '결제와 보관, 투자자 보호의 책임이 어디에 놓이는가'에 가깝다.
원주식·토큰화 NMS 주식·해외 합성 주식토큰의 권리 비교 (자료: 미 증권거래위원회 혁신 면제 명령 34-106402, 2026-09-17)

토큰화 주식 면제가 실제로 면제한 두 가지

면제 대상은 딱 두 가지다. 첫째, TSV는 증권거래법상 ‘거래소(exchange)’ 정의의 적용을 면제받는다. 둘째, 자기자본으로 AMM 유동성 풀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주체는 같은 법 3(a)(5)조의 ‘딜러(dealer)’ 정의 적용을 면제받는다. 그게 전부다.

이 두 줄이 중요한 이유는, 지금까지 온체인 주식 거래를 막아온 실질적 장벽이 ‘증권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그 판을 여는 순간 거래소로 등록해야 한다’는 절차였기 때문이다. 정식 거래소 등록은 회원 규정, 자율규제 의무, 시장 연계 요건을 동시에 요구한다. 토큰화 주식 면제는 그 등록 절차를 5년간 비켜 가게 해주는 통행증이지, 새로운 자산군을 만들어 준 조치가 아니다.

거래 대상도 좁다. 거래 가능한 것은 ‘토큰화된 NMS 주식’, 즉 미국 증권거래소에 정식 상장된 종목을 토큰으로 옮긴 것뿐이다. 비상장주, 사모펀드 지분, 해외 상장주는 대상이 아니다. 스마트컨트랙트는 감사 가능해야 하고, 코드가 공개돼야 하며, 누구나 열람 가능한 퍼블릭 퍼미션리스 원장 위에 배포돼야 한다. 거래 내역도 가격·체결규모·시각·풀 주소·일말 풀 규모·일 거래량 단위로 공개해야 한다.

한 가지 더. TSV는 영업 개시 최소 30일 전에 자사 웹사이트에 공개 고지를 올려야 하고, 고지 후 1영업일 안에 SEC에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 참가자 접근 기준도 자체적으로 세워 공개해야 한다. 절차만 보면 정식 인가에 가까운 부담이 붙어 있는 셈이다. 등록이라는 한 단계를 면제받는 대신, 공시와 보고라는 여러 단계를 새로 떠안은 구조다.

조건이 곧 상한이다: 5년, 종목 수, 거래량, 발행사 거부권

면제에는 네 개의 브레이크가 달려 있다. 기간은 공표일로부터 5년이다. 거래할 수 있는 종목 수에 한도가 있고, 거래량에도 상한이 걸린다. 위원 성명은 이 상한을 ‘가격제한(limit up·limit down) 구간별로 조정된 거래량 캡’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종목 수가 몇 개인지, 거래량 상한이 어느 수준인지 구체적 숫자는 공개 문서에서 확인하지 못했다. SEC는 이 수치 자체를 의견수렴 항목으로 남겨뒀다.

네 번째 브레이크가 가장 낯설다. 제3자가 만든 토큰화 주식을 거래하려면 해당 상장사에 최소 30일 전 서면 통보를 해야 하고, 발행사가 반대하면 거래할 수 없다. 침묵하면 묵시적 동의로 본다. 다시 말해 어떤 종목이 온체인에서 거래될지를 결정하는 스위치가 거래 플랫폼이 아니라 발행 기업 손에 있다. 여기에 원주식이 정규시장에서 매매정지되면 토큰 거래도 동시에 멈춰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24시간 거래라는 표현이 무색해지는 지점이다.

이 네 가지를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이번 조치는 ‘허용’이 아니라 ‘관찰을 전제로 한 유예’다. 위원 성명 자체가 “새로 등장하는 거래장을 관찰해” 향후 규칙 제정에 쓸 데이터를 모으는 것이 목적이라고 명시했다. 규모를 키우라고 내준 면제가 아니라, 규모를 제한한 채 데이터를 받겠다는 면제다.

5년 시한부로 열린 문, 토큰화 주식 면제의 조건을 뜯어봤다 현지 시각 9월 17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블록체인 위에서 미국 상장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한시적 조치를 내놨다. 정식 명칭은 '혁신 면제(Innovation Exemption)'이고, 근거는 증권거래법상 면제 권한이다. 발표 직후 뉴욕장에서 서클(Circle)은 5.77%, 코인베이스는 5.75%, 로빈후드는 5.16% 올랐다. 시장은 이 소식을 '미국이 주식의 토큰화를 허용했다'로 읽었다. 그런데 토큰화 주식 면제의 문장을 한 줄씩 따라가 보면, 이 조치가 바꾼 것은 '거래가 가능한가'가 아니라 '결제와 보관, 투자자 보호의 책임이 어디에 놓이는가'에 가깝다.
면제된 규제 영역과 그대로 남은 규제 영역, 그리고 면제에 붙은 네 가지 상한 (자료: 미 증권거래위원회, 2026-09-17)

합성 주식토큰은 왜 ‘야생’에 남겨졌나

여기서 가장 널리 퍼진 오해를 바로잡아야 한다. 이번 면제 대상인 토큰화 NMS 주식은 원주식과 ‘동일한 권리’를 보유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의결권, 배당, 의결권 대리행사까지 포함이다. TSV는 그 권리 동등성을 스스로 검증할 의무를 진다.

반대로 가격만 연동되고 의결권·배당이 따라오지 않는 합성(synthetic) 주식토큰은 면제 대상에서 명시적으로 빠졌다. SEC 관계자는 합성 토큰이 “야생에 그대로 남을 수 있다”는 취지로 선을 그었다. 미국 내 합법 경로가 열리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 구분은 역사가 있다. 2021년 한 대형 해외 거래소가 내놨던 주식 토큰 상품은 유럽 감독당국의 문제 제기 속에 몇 달 만에 중단됐고, 2025년에는 한 증권 앱이 유럽에서 비상장사 지분에 연동된 토큰을 배포했다가 해당 기업이 “우리 지분이 아니다”라고 공개 부인하는 일도 있었다. 막힌 이유는 기술이 아니라 권리였다. 토큰 보유자가 주주명부에 없으면 파산·합병·배당 국면에서 지위가 달라진다. 이번 면제는 바로 그 지점에 벽을 세웠다.

과거 사례가 남긴 교훈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가격만 따라가는 토큰은 만들기 쉽고, 권리까지 따라오게 만드는 토큰은 어렵다. 어려운 쪽을 가능하게 하려면 발행사·명의개서 대행기관·보관기관이 모두 같은 장부를 인정해야 한다. 이번 조건표가 요구하는 것이 정확히 그 합의이고, 그래서 시작 속도는 느릴 수밖에 없다.

청산·결제·보관은 그대로다, 책임의 위치가 말해주는 것

면제가 건드리지 않은 영역을 보면 이 조치의 성격이 더 분명해진다. 면제는 거래소 정의와 딜러 정의에만 적용된다. 청산과 결제, 증권 보관(커스터디), 명의개서 대행, 사기·시세조종 금지 규정은 손대지 않았다. 즉 토큰은 거래 창구 위에서 돌지만, 그 아래의 권리 관리와 최종 결제 책임은 기존 인프라와 기존 규제가 계속 진다.

투자자 입장에서 실제로 바뀌는 것은 이 대목이다. 체결은 스마트컨트랙트가 하고, 권리 보장은 오프체인 주체가 진다. 둘 사이에 틈이 생기면 손해를 보전해 줄 주체가 누구인지가 문제가 된다. 대형 시장조성 증권사 한 곳은 투자자 보호와 시장 공정성을 이유로 면제 대신 정식 규칙 제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공개 반대했다. 이 반대는 기술 혐오가 아니라 책임 소재에 관한 지적에 가깝다.

그래서 오른 것은 거래가 아니라 인프라다

이제 반대 서사를 정면으로 반박해 보자. ‘미국이 주식 토큰화를 허용했으니 코인 거래소가 주식시장을 가져간다’는 해석은 세 가지 이유로 성립하기 어렵다. 첫째, 이번 토큰화 주식 면제는 영구 허가가 아니라 5년 한시 장치이고 종목 수·거래량 상한이 걸려 있어 규모 확장에 구조적 천장이 있다. 둘째, 기존 해외 거래소들이 미국 밖에서 팔던 합성 상품은 아예 대상이 아니라서, 그 상품을 미국으로 그대로 들여올 길은 열리지 않았다. 셋째, 어떤 종목을 얹을지를 발행사가 거부할 수 있으니 상장 라인업 자체가 플랫폼의 재량이 아니다.

그렇다면 왜 세 종목이 나란히 올랐을까. 공통점은 거래 유치가 아니라 ‘토큰을 찍고 정산하는 배관’을 판다는 데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온체인 결제 통화를 공급하고, 거래·증권 인프라 회사는 체결과 기록 시스템을 판다. 면제가 커질수록 이익을 보는 쪽은 주문 흐름을 뺏어오는 회사가 아니라, 어떤 사업자가 TSV가 되든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결제·발행 계층이다. 이번 토큰화 주식 면제가 만든 수혜 구조는 점유율 이동이 아니라 통행료 신설에 가깝다.

스스로 반론도 적어 둔다. 첫째, 이 면제가 상용화의 관문을 연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지금까지 미국 안에서는 합법 경로 자체가 없었고, 제도가 데이터를 받겠다고 선언한 이상 5년 뒤 정식 규칙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지 않다. 둘째, 종목 수와 거래량 상한의 구체 수치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상한이 생각보다 느슨하게 설정되면 필자의 ‘천장’ 논지는 약해진다. 확정된 결론이 아니라 조건부 판단으로 읽어 주기 바란다.

같은 뉴스가 미국 상장 종목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는 미국·한국 증시 분석에서 이어서 다룬다. 1차 자료를 직접 보고 싶다면 SEC 혁신 면제 보도자료 원문을 확인하는 편이 가장 빠르다.

정리하면 이번 발표에서 확인된 숫자는 기간 5년, 발행사 사전 통보 30일, 공표번호 34-106402, 그리고 당일 관련주 세 종목의 상승률 정도다. 종목 수 한도와 거래량 상한의 실제 값, 첫 TSV 등록 사업자, 거래 개시 시점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확인된 것과 확인되지 않은 것을 섞어 읽으면 기대가 사실을 앞지른다.

한국에서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조치가 국내에 그대로 이식되지는 않는다. 한국의 상장주식은 전자증권 체계 아래 예탁결제 기관이 권리를 관리하고, 증권 거래 창구는 자본시장법상 인가 체계를 따른다. 미국처럼 감독기관이 개별 면제 명령으로 기존 정의 적용을 비켜 가게 해주는 방식과는 법 구조가 다르다. 국내에서 같은 그림을 그리려면 면제가 아니라 근거 규정 자체를 손봐야 한다.

그래서 국내 투자자에게 당장 의미 있는 변화는 ‘내일부터 원화로 미국 주식 토큰을 산다’가 아니다. 미국에서 5년간 쌓일 체결·유동성 데이터가 향후 국제 규범의 기준선이 된다는 점, 그리고 그 배관을 파는 회사들의 실적에 이 면제가 얼마나 반영되는지를 분기 숫자로 확인하는 일이다. 가상화폐 시장 전반의 제도 흐름은 관련 글 더 보기에서 이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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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이 이틀 전 기준금리를 3.75~4.00%로 올린 직후에 나온 규제 뉴스라는 점도 기억해 둘 만하다. 유동성 환경이 조여진 국면에서 제도는 문을 열되 크기를 제한하는 쪽을 택했다. 면제의 문장은 대개 허용보다 조건에서 더 많은 것을 말한다.

본 글은 투자 권유가 아니라 참고용 정보입니다. 투자 판단과 그에 따른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가상화폐 투자 방법코인 투자 가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