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는 2,422건인데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7,081건, 소진에 28개월 걸린다

서울 아파트 매물이 10월 7일 기준 7만7,081건까지 쌓였습니다. 대부분의 기사는 이 숫자 하나를 놓고 “매물이 터졌다”고 적습니다. 이 글은 같은 숫자를 다른 자리에 놓아 보겠습니다.

매물 건수는 한 달 동안 새로 나온 흐름이 아니라, 팔리지 않고 남아 있는 재고입니다. 재고를 읽으려면 분자만으로는 부족하고 반드시 분모가 필요합니다.

그 분모가 지금 무너지는 중입니다. 서울 아파트 월별 매매 거래량은 4월 8,665건에서 9월 2,422건으로 줄었습니다. 매도 의향이 전혀 늘지 않아도 재고는 저절로 불어나는 구간입니다.

거래량 자체의 집계 구조와 신고 지연 문제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어떻게 집계되는지 정리한 글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이 글은 그 거래량을 분모 자리에 놓고 매물 재고가 몇 달치인지를 계산합니다.

계산 결과만 먼저 적겠습니다. 같은 매물 7만7,081건이라도 4월 거래량으로 나누면 8.9개월, 8월로 나누면 21.8개월, 9월 추정치로 나누면 28개월입니다. 분자는 하나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목차

  •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부터 흔들린다
  • 매물 건수는 유량이 아니라 저량이다
  • 소진 개월수로 다시 본 서울 아파트 매물 현황
  • 9월 거래량 2,422건은 아직 끝난 숫자가 아니다
  • 매물 증가 상위 자치구가 세제 타깃과 어긋난다
  • 거래가 살아 있는 가격대와 매물이 쌓이는 가격대
  • 그래도 세제 효과를 0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 매물 부족이 아니라 수요 부족이라는 결론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부터 흔들린다

본론에 앞서 숫자 자체를 의심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같은 주, 같은 집계업체를 인용한 기사들이 서로 다른 매물 총량을 적고 있기 때문입니다.

뉴스1은 10월 5일 기준 7만1,141건을 썼습니다. 알파경제는 10월 6일 기준 6만9,682건을 썼습니다. 머니투데이는 10월 7일 기준 7만7,081건을 썼습니다.

세 기사 모두 출처로 같은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을 적었습니다. 그런데 사흘 사이 7,400건 가까이 벌어집니다. 주간 증가 속도가 2,285건이던 시장에서 나올 수 없는 폭입니다.

가장 그럴듯한 설명은 집계 필터의 차이입니다. 중복 매물을 하나로 묶었는지, 어떤 거래 유형까지 포함했는지에 따라 총량은 10% 가까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은 세 숫자를 하나의 시계열로 이어 붙이지 않습니다. 현재 재고의 대표값으로는 가장 최신인 7만7,081건을 쓰고, 증감률을 따질 때는 같은 기사 안에서 같은 기준으로 비교된 값만 씁니다.

매물 건수는 유량이 아니라 저량이다

경제 지표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기간 동안의 흐름을 재는 유량이고, 다른 하나는 특정 시점에 남아 있는 양을 재는 저량입니다.

월별 거래량은 유량입니다. 9월 한 달 동안 몇 건이 계약됐는지를 셉니다. 반면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는 저량입니다. 오늘 이 순간 플랫폼에 올라와 있는 물건의 수입니다.

여기서 통념이 깨집니다. “매물이 늘었다”는 문장은 보통 들어오는 쪽이 늘었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세금이 무서워 집을 내놓은 사람이 많아졌다는 그림입니다.

그러나 나가는 쪽이 멈춰도 저량은 똑같이 늘어납니다. 아무도 새로 내놓지 않아도, 기존 매물이 팔리지 않으면 쌓인 숫자는 계속 커집니다.

욕조로 비유하면 수도꼭지를 더 튼 것인지 배수구가 막힌 것인지는 수위만 봐서는 구분되지 않습니다. 둘을 가르려면 유입과 유출을 따로 재야 합니다.

다행히 유출 쪽 숫자는 우리에게 있습니다. 실제로 팔려 목록에서 사라진 건수, 즉 월별 매매 거래량은 4월 대비 59.1% 줄었습니다.

같은 기간 매물 증가율은 한 자릿수에서 10%대였습니다. 두 변화의 크기가 비교되지 않습니다.

소진 개월수로 다시 본 서울 아파트 매물 현황

저량과 유량을 하나로 묶는 가장 단순한 지표가 소진 개월수입니다. 지금 쌓인 재고를 지금 속도로 팔면 몇 달이 걸리는지를 보는 값입니다.

계산은 나눗셈 한 번입니다.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를 그 달의 매매 거래량으로 나누면 됩니다. 분자는 7만7,081건으로 고정하고 분모만 월별로 갈아 끼우겠습니다.

서울 아파트 매물
분자를 고정해도 분모가 무너지면 소진 개월수는 세 배가 된다. 자료: 서울부동산정보광장·아실

4월 거래량 8,665건으로 나누면 8.9개월, 5월 8,990건으로는 8.6개월입니다. 봄까지만 해도 1년 안에 소진되는 재고였습니다.

6월 5,288건에서는 14.6개월, 7월 5,841건에서는 13.2개월, 8월 3,540건에서는 21.8개월로 올라갑니다.

9월 집계치 2,422건을 그대로 넣으면 31.8개월입니다. 미완 집계를 보정한 추정치 2,730건을 넣어도 28.2개월입니다.

다시 강조하면 이 계산에서 분자는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8.9개월이 28개월이 되는 과정 전체가 분모 쪽에서 일어났습니다.

기여도를 분리해 보면 더 선명합니다. 같은 기사 안에서 같은 기준으로 비교 가능한 구간은 8월 28일 6만7,377건에서 10월 5일 7만1,141건으로 가는 다섯 주입니다.

이 다섯 주 동안 매물은 5.6% 늘었고, 월 거래량은 3,540건에서 보정 추정 2,730건으로 22.9% 줄었습니다. 소진 개월수는 19.0개월에서 26.1개월로 36.9% 악화됐습니다.

악화분을 로그로 분해하면 분자 기여가 17.3%, 분모 기여가 82.7%입니다. 매물이 쌓였다는 서술의 여섯 중 다섯은 사실 거래가 멈췄다는 서술입니다.

앞서 미뤄 둔 숫자 충돌도 여기서 해소됩니다. 매물을 6만9,682건으로 잡으면 25.5개월, 7만1,141건이면 26.1개월, 7만7,081건이면 28.2개월입니다.

어느 값을 써도 20개월대 중후반이고, 어느 값을 써도 봄의 8.9개월과는 다른 세계입니다. 결론이 특정 출처 하나에 기대고 있지 않다는 뜻입니다.

9월 거래량 2,422건은 아직 끝난 숫자가 아니다

여기서 분석을 멈추면 과장이 됩니다. 9월 거래량 2,422건은 확정된 숫자가 아니라 신고 기한이 아직 남아 있는 미완 집계이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매매 계약은 체결 후 30일 안에 신고하면 됩니다. 9월 말에 맺은 계약은 10월 말까지 신고할 수 있으므로, 10월 7일에 본 9월 숫자는 당연히 작습니다.

얼마나 작은지는 바로 전달의 궤적으로 가늠할 수 있습니다. 8월 거래량은 9월 15일에 3,143건, 9월 22일에 3,340건, 10월 7일에 3,540건이었습니다.

월말에서 15일 지난 시점에 최종치의 88.8%만 잡혀 있었다는 뜻이고, 최종치로 가는 보정률은 12.6%였습니다.

같은 보정률을 9월에 그대로 적용하면 2,728건, 반올림해 약 2,730건입니다. 앞선 계산에서 쓴 값이 바로 이것입니다.

다만 이 추정치는 하한에 가깝습니다. 8월은 월말에서 15일 지난 시점의 숫자였지만 9월은 7일밖에 지나지 않았으므로, 빠져 있는 비중이 더 클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보수적으로 9월 확정치를 3,000건으로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래도 소진 개월수는 25.7개월입니다. 아예 8월과 같은 3,540건으로 되돌아간다고 가정해도 21.8개월입니다.

가장 관대한 가정에서도 봄의 8.9개월로는 돌아가지 못합니다. 집계 미완성을 감안한 뒤에도 결론이 유지되는지 확인하는 것,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작업입니다.

덧붙이자면 이 통계는 올라가기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6월 거래량은 9월 중순 5,303건, 9월 22일 5,304건이었다가 10월 7일에는 5,288건으로 내려왔습니다. 계약 해제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월별 거래량 원자료는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서 날마다 갱신됩니다. 같은 달 숫자라도 언제 봤느냐에 따라 기사 수치가 달라지는 이유입니다.

매물 증가 상위 자치구가 세제 타깃과 어긋난다

통념의 두 번째 균열은 지도 위에 있습니다. 8월 3일 발표된 세제개편이 매물을 끌어냈다면, 세제의 직접 타깃이 있는 곳에서 더 많이 늘어야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전월 대비 매물 증가율 상위는 성북구 17.4%, 동대문구 14.7%, 영등포구 11.7%였습니다. 25개 자치구 가운데 금천구 한 곳만 빼고 전부 늘었습니다.

개편안의 핵심은 시가 40억원 이상 초고가·비거주 주택의 종합부동산세를 대폭 강화하고, 과세 기준을 주택 수에서 주택 가액으로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성북구와 동대문구에 40억원짜리 아파트는 거의 없습니다.

서울 아파트 매물
기준 기간을 바꾸면 매물이 가장 많이 쌓인 곳의 순위가 뒤집힌다. 자료: 아실 집계 기반 보도

차트 왼쪽은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삼은 강남3구이고, 오른쪽은 전월을 기준으로 삼은 비강남 자치구입니다. 기준 기간을 바꾸는 것만으로 순위가 완전히 뒤집힙니다.

오늘 나온 가격 통계를 겹치면 그림이 더 이상해집니다. 성북구는 매물 증가율 1위이면서 올해 누적 상승률 15.21%로 서울 자치구 1위입니다.

동대문구도 마찬가지입니다. 매물 증가율 2위인데 올해 누적 상승률은 11.76%로 상위권입니다. 매물이 가장 많이 쌓인 두 곳이 값도 가장 많이 오른 두 곳입니다.

반대쪽도 봅시다. 매물이 늘지 않은 유일한 자치구인 금천구는 주간 상승률이 0.25%에서 0.34%로 오히려 커졌습니다. 매물이 안 늘어난 곳에서 값이 더 뛴 것입니다.

이 조합은 “세금이 무서워 던진 매물”로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값이 오른 지역에서 차익을 실현하려는 호가가 쌓였고, 받아 줄 매수자가 없어 재고로 남았다고 보는 쪽이 맞습니다.

주간 가격 통계의 원자료는 한국부동산원이 매주 목요일 공표합니다. 10월 첫째 주 기준 서울 전체는 0.12% 올라 87주 연속 상승을 이어갔습니다.

거래가 살아 있는 가격대와 매물이 쌓이는 가격대

세 번째 구조적 논점은 가격대입니다. 매물과 수요가 서로 다른 구간에 있으면, 전체 소진 개월수는 산술 평균보다 더 느려집니다.

세제개편 발표 이후 체결된 서울 아파트 거래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기준으로 보면 약 79%가 15억원 이하였습니다. 6억원 이하가 25.0%, 6억원 초과 9억원 이하가 27.6%입니다.

두 구간을 합치면 9억원 이하가 전체의 52.6%입니다. 반면 25억원을 넘는 거래는 5.8%에 그쳤습니다.

즉 거래가 살아 있는 쪽은 중저가 구간입니다. 대출 규제와 세제 강화가 겹칠수록 고가 구간이 먼저 얼어붙는 것은 예상 가능한 일입니다.

문제는 매물이 쌓인 쪽입니다. 강남3구 재고가 지난해 말 1만6,346건에서 10월 5일 2만6,829건으로 불어나는 동안, 그 구간의 거래 비중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습니다.

재고와 수요가 다른 칸에 들어 있으면 산술적인 소진 개월수는 실제보다 낙관적입니다. 중저가에서 거래가 아무리 돌아도 고가 재고는 그 거래로 줄어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최근 중저가 지역에서는 전세 계약을 갱신하지 못한 임차인이 떠밀리듯 매수에 나서는 흐름이 관측됐습니다. 사정에 떠밀린 수요는 오래 버티기 어렵습니다.

재고가 수요와 어긋난 채 쌓이는 현상은 신축 시장에서 이미 익숙한 장면입니다. 준공 후에도 팔리지 않고 남는 재고가 왜 누적되는지를 다룬 글의 구조와 이번 매물 적체는 작동 원리가 거의 같습니다.

그래도 세제 효과를 0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여기까지 읽으면 세제 효과가 전혀 없었다는 주장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말할 생각은 없습니다. 지금부터는 이 글의 주장에 대한 반론을 직접 적겠습니다.

첫째, 매물 증가 자체는 분명히 실재합니다. 강남3구 재고는 지난해 말 1만6,346건에서 발표일인 8월 3일 2만2,182건으로, 10월 5일 2만6,829건으로 64.1% 늘었습니다.

구별로 보면 송파구가 3,374건에서 6,274건으로 86.0% 늘어 가장 가팔랐고, 강남구 59.0%, 서초구 57.8%가 뒤를 이었습니다. 이 정도 증가를 세제와 떼어 놓고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둘째,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완화는 2027년과 2028년 양도분에 2년간 한시 적용됩니다. 2029년에는 원래 수준으로 돌아갑니다.

이 설계는 지금 당장 팔 이유가 아니라 2027년까지 기다릴 이유를 만듭니다. 매물로 내놓되 계약은 미루는 행동이 합리적이 되고, 그 결과 재고만 쌓이는 구간이 생깁니다.

개편안 전문과 시행 시점은 재정경제부 보도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보유 단계 세금의 실제 부담은 보유세 합산배제 요건을 정리한 글과 함께 보면 계산이 쉬워집니다.

셋째, 가격은 아직 꺾이지 않았습니다. 서울 아파트값은 87주 연속 올랐고, 10월 첫째 주에는 상승폭이 0.09%에서 0.12%로 오히려 커졌습니다.

강남구가 0.34% 내리고 서초구가 0.27% 내리는 동안, 서대문구 0.36%, 강북구 0.35%, 도봉구 0.32%가 올랐습니다. 하락 전환이 아니라 자리 이동에 가깝습니다.

그러므로 “매물 증가는 하락의 전조”라는 단정은 지금 데이터가 지지하지 않습니다. 가격은 버티고 거래만 멈춘 과도기라는 설명이 더 정확합니다.

이 글의 주장은 좁습니다. 세제 효과가 0이라는 것이 아니라, 서울 아파트 매물 7만건이라는 헤드라인의 대부분을 세제로 설명하면 과대 해석이 된다는 것입니다.

매물 부족이 아니라 수요 부족이라는 결론

정리하겠습니다. 지금 시장은 매물 부족의 반대편, 즉 수요 부족입니다. 공급이 쏟아진 것이 아니라 수요가 빠진 자리에 재고가 남았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볼 숫자도 분자가 아니라 분모입니다. 매물이 8만건을 넘었는지보다, 월 거래량이 3,000건 선을 회복하는지가 훨씬 중요한 신호입니다.

거래량이 3,000건대로 올라오면 소진 개월수는 25개월 안쪽으로 내려옵니다. 매물이 조금 더 쌓여도 그렇습니다. 반대로 거래량이 2,000건 밑으로 내려가면 매물이 줄어도 지표는 나빠집니다.

가격대별 거래 비중도 함께 봐야 합니다. 15억원 이하 비중이 79%에서 더 올라간다면, 시장이 살아나는 신호가 아니라 거래 가능한 구간이 좁아진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자금 흐름을 더 넓게 보려면 한국은행이 들고 있는 대외자산의 구성이 달라지는 흐름도 함께 살펴볼 만합니다. 가계의 주택 수요와는 다른 층위에서 금리 여건을 좌우하는 변수이기 때문입니다.

분모가 이 정도로 얇아진 시장에서는 작은 수요 변화가 지표를 크게 흔듭니다. 발표되는 건수 하나에 과잉 반응하지 않으려면 분해해서 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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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투자 권유가 아니라 참고용 정보입니다. 인용한 수치는 집계 시점에 따라 수정될 수 있으므로, 실제 판단에 앞서 원자료의 기준일을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아파트 취득세 계산주택담보대출 한도 계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