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1월 1일부터 가상자산을 팔아 남긴 이익에 세금이 붙습니다. 그런데 시행을 100일 안쪽으로 남긴 지금 국회와 업계가 가장 많이 입에 올린 말은 세율이 아니라 가상자산 과세 취득가액이었습니다.
통념은 단순합니다. 유예냐 시행이냐를 세금을 내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읽습니다. 그런데 법령 원문을 펴 보면 다툼의 무게중심은 다른 곳에 놓여 있습니다.
이 글은 시세 전망이 아닙니다. 조문과 지난주 국회에서 오간 발언을 근거로, 유예가 문제를 미루는 일인지 키우는 일인지를 따져 봅니다.
목차
- 100일 앞으로 온 시행일, 국회에서 오간 말
- 세 번 미뤄진 시행일, 법전에 남은 개정 이력
- 진짜 쟁점은 세율이 아니라 가상자산 과세 취득가액이다
- 2026년 12월 31일 시가, 한 번만 열리는 보정 창구
- 시행 이후 취득분에는 50% 규칙이 기다린다
- 거래 경로가 셋이면 증명 비용도 셋이다
- 사업자가 내는 자료는 어디까지 나를 대신하나
- 유예를 주장하는 쪽의 근거도 가볍지 않다
- 유예든 시행이든 올해 안에 할 일은 같다
100일 앞으로 온 시행일, 국회에서 오간 말
2026년 9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과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가 디지털자산 과세제도 개선 정책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시행을 불과 몇 달 앞둔 지금 디지털자산을 공정하고 정확하게 과세할 수 있는 제도와 시스템이 충분히 준비돼 있는지는 다시 한번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해외 거래소나 개인지갑을 거친 거래는 취득가액 확인이 어렵고, 새로 생긴 형태의 거래는 소득과 손실의 기준이 분명하지 않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습니다.
임이자 정책위의장은 “세금을 걷으려면 무엇에 세금을 매기는지 명확해야 하고, 얼마를 내야 하는지 납세자가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오세진 DAXA 의장은 “디지털자산 소득 과세는 2020년 첫 논의 이후 여러 차례의 검토와 유예를 거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고 말했습니다. 당에서는 폐지안과 2년 유예안, 3년 유예안이 각각 발의된 상태입니다.
반대쪽 축도 분명합니다. 정부는 2026년 8월 3일 세제개편안에 유예를 담지 않았고 예정대로 시행한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어느 쪽이 옳다고 판정하지 않습니다.
세 번 미뤄진 시행일, 법전에 남은 개정 이력

근거 법률은 2020년 12월 29일 공포된 법률 제17757호 소득세법 개정입니다. 당시 부칙 제5조는 2022년 1월 1일 이후 양도·대여하는 분부터 적용한다고 적었습니다.
그 부칙 제5조에는 개정 이력이 세 개 붙어 있습니다. 2021년 12월 8일, 2022년 12월 31일, 2024년 12월 31일입니다.
각각 적용 시점을 2023년 1월 1일, 2025년 1월 1일, 2027년 1월 1일로 밀어낸 개정입니다. 세 번 미뤄졌다는 말은 여기서 나옵니다.
가장 최근인 법률 제20615호 부칙 제1조 제2호는 제37조 제1항 제3호와 같은 조 제5항·제6항·제7항, 제164조의4 제1항의 시행일을 2027년 1월 1일로 못 박았습니다.
같은 부칙 제1조 제4호는 자료 제출 의무 위반에 대한 시정명령과 과태료 조항의 시행일을 2028년 1월 1일로 따로 정했습니다. 제도가 한 번에 완성되는 구조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조문 원문은 국가법령정보센터의 소득세법 제37조 페이지에서 그대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연혁을 늘어놓는 이유는 뒤에서 분명해집니다.
진짜 쟁점은 세율이 아니라 가상자산 과세 취득가액이다
세율부터 정리하겠습니다. 가상자산의 양도·대여 소득은 소득세법 제21조 제1항 제27호에 따라 기타소득으로 분류됩니다.
제64조의3 제2항은 가상자산소득금액에서 250만원을 뺀 금액에 100분의 20을 곱해 세액을 계산한다고 정합니다. 여기에 지방소득세 2%가 붙어 흔히 말하는 22%가 됩니다.
제84조 제3호는 해당 과세기간의 가상자산소득금액이 250만원 이하면 과세하지 않는다고 적었습니다. 기본공제와 과세최저한이 같은 금액으로 맞물려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계산기 문제입니다. 숫자가 이미 정해져 있으니 소득금액만 알면 세액은 기계적으로 나옵니다.
문제는 그 앞 단계입니다. 소득금액은 양도가액에서 필요경비를 뺀 값이고, 제37조 제1항 제3호는 필요경비를 실제 취득가액과 취득·양도 또는 대여에 소요된 부대비용으로 규정합니다.
즉 가상자산 과세 취득가액을 증명하지 못하면 필요경비가 얇아지고 양도가액의 상당 부분이 그대로 소득으로 잡힙니다. 세율은 모두에게 같지만 증명에 드는 품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2026년 12월 31일 시가, 한 번만 열리는 보정 창구
입법자도 이 문제를 알고 있었습니다. 소득세법 제37조 제5항이 그 답입니다.
조문은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2027년 1월 1일 전에 이미 보유하고 있던 가상자산의 취득가액은 2026년 12월 31일 당시의 시가와 실제 취득가액 중 큰 금액으로 한다.
흔히 의제취득가액이라 부르는 규정입니다. 오래 들고 있어 매입가를 기억하지 못해도 시행 직전 시세를 취득가액으로 쓸 수 있게 열어 준 장치입니다.
시가의 계산법은 소득세법 시행령 제88조 제2항에 있습니다. 국세청장이 고시하는 사업자의 사업장에서 2027년 1월 1일 0시에 공시한 가격의 평균을 씁니다.
여기서 이 규정의 성격이 드러납니다. 창구가 열리는 시점은 그 한 순간이고, 적용 대상은 그 전에 이미 보유한 물량뿐입니다.
2027년 1월 2일에 새로 산 코인에는 이 조항이 닿지 않습니다. 그때부터의 가상자산 과세 취득가액은 각자가 실제로 증명해야 합니다.
같은 종목을 여러 번 나눠 산 경우의 평가 방법은 시행령 제88조 제1항이 정합니다. 거주자별로 총평균법을 적용해 계산합니다.
시행 이후 취득분에는 50% 규칙이 기다린다

2024년 12월 31일 개정 때 조항이 하나 더 붙었습니다. 제37조 제6항입니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로 2027년 1월 1일 이후 취득한 가상자산의 실제 취득가액을 확인하기 곤란하면, 같은 종류 전체의 총양도가액에 일정 비율을 곱한 금액을 필요경비로 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 비율은 시행령 제88조 제5항이 100분의 50으로 정했습니다. 다만 이 경우 부대비용은 필요경비에 넣지 못합니다.
적용 사유도 좁습니다. 시행령 제88조 제4항은 사업자를 거치지 않고 취득해 장부나 증명서류로 실제취득가액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 등으로 한정합니다.
이 조항을 안전망으로 읽는 것은 위험합니다. 실제 매입가가 양도가액의 절반을 넘었다면 인정받지 못하는 비용이 그만큼 생기기 때문입니다.
정리하면 보정 장치는 두 겹입니다. 시행 전 보유분은 제5항, 시행 후 취득분 중 증명이 어려운 경우는 제6항입니다. 둘 다 증명에 실패했을 때를 다루는 규정입니다.
거래 경로가 셋이면 증명 비용도 셋이다
같은 세율을 적용받아도 준비의 무게는 거래 경로에 따라 갈립니다. 경로를 셋으로 나눠 보면 차이가 분명해집니다.
첫째, 국내 사업자 안에서만 거래한 경우입니다. 매수와 매도가 한 곳의 원장에 남아 있어 내역을 뽑는 일이 비교적 단순합니다.
둘째, 해외 플랫폼을 거친 경우입니다. 국내 사업자의 자료 제출 의무가 미치지 않으므로 내역 확보는 본인의 몫입니다.
서비스가 국내 접속을 끊거나 계정이 정리되면 과거 체결 내역을 되살리기 어렵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복원 난도는 올라갑니다.
셋째, 개인지갑을 거친 경우입니다. 지갑 사이 이동은 체인에 남지만 그 기록만으로 얼마에 샀는지가 나오지는 않습니다.
이동 시점의 가격과 원래 매입 경로를 스스로 이어 붙여야 하고, 그러지 못하면 앞서 본 제6항의 영역으로 넘어갑니다. 국내외 가격이 왜 다르게 보이는지는 원화로 환산한 가격을 다룬 이전 글에서 따로 정리했습니다.
사업자가 내는 자료는 어디까지 나를 대신하나
소득세법 제164조의4 제1항은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가상자산사업자에게 거래내역 등 소득세 부과에 필요한 자료를 내도록 정합니다.
기한은 거래가 발생한 날이 속하는 분기 또는 연도의 종료일의 다음다음 달 말일입니다. 서식은 시행령 제216조의4가 정한 가상자산거래명세서와 가상자산거래집계표입니다.
이 의무 덕분에 국내 사업자를 통한 거래는 과세관청이 상당 부분 파악합니다. 개인 입장에서도 확인의 출발점이 생기는 셈입니다.
다만 이 의무는 사업자에게만 걸려 있습니다. 개인지갑 사이의 이동이나 해외 플랫폼의 체결은 이 서식에 담기지 않습니다.
정부는 구체적인 과세 기준을 담은 국세청 고시를 연내 공표하겠다고 밝혀 왔습니다. 시가 고시 사업자 지정과 실제취득가액 확인이 곤란한 사유가 여기에 담깁니다.
고시가 나오면 국세청의 거주자 가상자산소득 과세 안내에서 확인하는 것이 가장 빠릅니다. 해외 감독기관이 파생상품 규칙을 손본 사례는 규제 개편을 따로 정리한 글에 있습니다.
유예를 주장하는 쪽의 근거도 가볍지 않다
여기서 반대편 논리를 정면으로 다루겠습니다. 결론을 지키려고 반론을 줄이면 글의 값이 떨어집니다.
첫째, 시스템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날짜가 됐다는 이유로 과세를 시작하면 실제 혼란이 크다는 지적에는 근거가 있습니다. 새 유형의 거래 기준이 아직 고시 전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의제취득가액이 있으므로 초기 보유자의 부담은 생각보다 작을 수 있습니다. 오래 묵힌 물량일수록 제5항의 효과가 큽니다.
셋째, 과세 방식이 확정되기 전에 개인이 과도한 준비 비용을 쓰는 것도 낭비일 수 있습니다. 세무 대리 비용이 세액을 넘는 상황은 드물지 않습니다.
업계에서는 기본공제 상향과 손실 이월공제 도입 같은 보완 요구도 나옵니다. 현행법에는 결손금을 다음 해로 넘기는 규정이 없습니다.
반대로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쪽은 조세 기본원칙과 자산 간 형평을 듭니다. 유예가 반복되면 제도의 예측 가능성이 흔들린다는 논리입니다.
유예든 시행이든 올해 안에 할 일은 같다
결론은 단순합니다. 유예가 되든 안 되든 개인이 지금 해야 할 일은 바뀌지 않습니다.
거래내역과 입출금 내역을 받아 두는 일, 지갑 주소와 이동 기록을 정리해 두는 일은 어느 시나리오에서도 쓸모가 있습니다.
유예가 확정되면 그 기록은 몇 해 뒤에 쓰이고, 예정대로 시행되면 2028년 5월 종합소득세 신고 때 쓰입니다. 버려지는 자료가 아닙니다.
반대로 유예를 기다리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복원해야 할 기간만 길어집니다. 이것이 유예가 문제를 키울 수 있다는 말의 뜻입니다.
우선순위를 매긴다면 첫째는 이용 중인 사업자에서 연도별 거래내역을 내려받아 보관하는 것입니다. 둘째는 해외 플랫폼 계정의 내역을 지금 확보하는 것입니다.
셋째는 지갑 주소 목록과 주요 이동 시점을 별도 문서로 남기는 것입니다. 기억은 해마다 흐려지지만 기록은 그대로 남습니다.
넷째는 2026년 말 보유 수량을 종목별로 확정해 두는 것입니다. 제37조 제5항이 작동하려면 그 시점의 보유 내역이 있어야 합니다.
자산을 어떤 형태로 담느냐에 따라 규제가 달라지는 문제는 증권을 토큰 형태로 다룰 때의 면제 논의를 정리한 글에서 짚었습니다.
제도는 아직 움직이는 중입니다. 연내 공청회와 국세청 고시, 국회 논의 결과에 따라 시행 시점과 세부 기준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결론이 나와도 가상자산 과세 취득가액을 증명하는 부담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세율은 국회가 정하지만 취득가액은 각자의 기록이 정합니다.
구조를 뜯어보는 다른 사례로는 같은 날 정리한 해외 상장 구조 이야기와 상품 구조를 다룬 다른 글이 있습니다.
본 글은 투자 권유가 아니라 참고용 정보입니다. 법령 해석과 개별 세무 판단은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세무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가상화폐 투자 방법코인 투자 가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