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교육 사이다인 이유 — 현실은 ‘학폭 비즈니스’

참교육 사이다인 진짜 이유 — 현실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이야기

들어가며 — 검색어 1위, 넷플릭스 ‘참교육’

요즘 넷플릭스 검색어 1위는 단연 ‘참교육’이다. 지난 6월 5일 공개된 이 드라마는 공개 즉시 넷플릭스 비영어권 쇼 1위에 올랐고, 화제성 지수 5만 4881점으로 2026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중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다. 무너진 교권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가상의 국가기관 ‘교권보호국’ 소속 나화진이, 선을 넘은 학생·교사·학부모를 하나하나 응징해나가는 이야기다. 원작 웹툰이 인종차별적 묘사 등으로 논란을 겪었던 작품이지만, 제작진이 “정제된 시선으로” 다시 만든 결과 포브스로부터 “올해 최고의 드라마”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10부작 전 회차가 공개와 동시에 한꺼번에 풀리는 넷플릭스 특유의 방식으로 공개됐음에도, 시청자들은 하루이틀 만에 정주행하며 SNS와 커뮤니티에 감상평을 쏟아냈다. 이 드라마를 보다 보면 묘하게 통쾌하다. 학교에서든 사회에서든 부당한 일을 당했지만 정작 가해자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잘 지내는 모습을 본 경험이 다들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참교육’은 바로 그 지점, 현실에서는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는 응징을 화면 속에서 대신 해준다. 그런데 이 드라마가 왜 이렇게까지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는지 들여다보면, 단순히 잘 만든 드라마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지금 학교 현장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이 드라마가 그리는 판타지와 정확히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1. 우리는 왜 ‘사이다’에 열광하는가

학창 시절 괴롭힘을 당했던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통적으로 떠올리는 장면이 있다. 가해자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심지어 사회적으로 더 성공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을 지켜봐야 했던 순간이다. 피해자는 시간이 지나도 그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데, 가해자는 마치 그런 일이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잘 지낸다. 이런 비대칭은 단순한 불쾌감을 넘어 근본적인 ‘정의감의 좌절’로 남는다.

‘참교육’, ‘더 글로리’, ‘모범택시’ 같은 이른바 ‘사이다 복수극’이 반복적으로 흥행하는 이유는 바로 이 좌절을 메워주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신고해도 흐지부지되거나, 가해자가 오히려 더 떵떵거리며 사는 경우가 많다는 걸 다들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드라마 속에서라도 그 가해자가 응당한 대가를 치르는 모습을 보면서, 시청자는 현실에서 채우지 못한 정의감을 대리 충족한다. 이것이 K-콘텐츠 산업이 반복적으로 ‘복수’와 ‘응징’을 소재로 삼는 이유이자, ‘참교육’이 비영어권 전체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2.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 ‘학폭 비즈니스’의 등장

문제는 드라마 밖 현실이다.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학교폭력을 둘러싼 현실은 ‘가해자가 응징당하는 세계’는커녕 오히려 ‘돈 있는 가해자가 무혐의로 빠져나가는 세계’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교육계에서는 이런 현상을 두고 ‘학폭 비즈니스’라는 표현까지 쓰기 시작했다.

서초동에서 학교폭력 사건을 주로 맡는 한 변호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어머니, 우실 시간 없습니다. 아이 휴대전화부터 가져오세요.” 자녀가 학교폭력 가해자로 신고당했다며 울면서 찾아온 학부모에게 가장 먼저 시키는 일은 반성문 작성이나 피해 학생에 대한 사과가 아니라, 아이의 카카오톡과 SNS, 생성형 AI 대화 기록을 뒤져 상대방의 약점을 찾는 일이라고 한다. “상대방이 우리 아이를 학폭으로 신고했다면 우리도 상대방의 약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이 업계의 기본 전략이다.

이 전략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초등학교 2학년 박준영(가명)군은 같은 반 동급생 5명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신체 부위를 찌르는 등의 괴롭힘을 당했다. 부모가 학교폭력으로 신고하자, 가해 학생 측은 곧바로 “박군도 문제 행동을 했다”며 일제히 맞신고를 제기했다. 형사처벌 대상도 아닌 초등학생을 상대로 형사 고소까지 이어졌고, 결국 아이들은 경찰 조사를 받아야 했다. 학폭위 심의 결과, 가해 학생 5명 가운데 4명이 ‘혐의없음’ 판단을 받았다. 피해를 신고한 쪽이 오히려 법적 공방에 휘말리고, 정작 다수의 가해 학생은 아무 조치 없이 넘어간 셈이다.

2-1. ‘엄벌주의’가 오히려 교실을 사법의 늪으로 밀어넣은 역설

이런 흐름이 만들어진 배경에는 학교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가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학교폭력은 담임교사와 학부모 사이의 대화, 사과와 화해로 해결하려는 시도가 우선이었다. 그러나 잇따른 학폭 은폐·축소 논란을 거치며 여론은 훨씬 강경한 대응을 요구하게 됐고, 그 결과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 심의 건수 자체가 폭증했다. 문제는 심의가 늘어난 만큼 실제로 ‘학교폭력’으로 인정되는 비율이 함께 늘어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사소한 다툼까지 일단 학폭위로 넘겨지면서 ‘학교폭력 아님’ 처분이 쏟아지고, 교사와 학생 스스로 갈등을 조율하던 교실의 자정 기능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즉 엄벌주의가 강화될수록 학부모들은 ‘일단 신고당하면 무조건 방어해야 한다’는 태도를 갖게 됐고, 이것이 다시 변호사 선임 붐으로 이어지는 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한 변호사는 이런 세태의 변화를 이렇게 짚었다. “예전에는 사과와 중재를 고민하는 학부모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신고가 들어오는 순간 맞신고와 소송부터 검토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이들의 관계를 회복시키려는 본래 취지보다, 생활기록부를 방어하려는 법적 대응이 우선순위에 오르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참교육 사이다인 이유 — 현실은 '학폭 비즈니스'
참교육 사이다인 이유 — 현실은 '학폭 비즈니스' 2

3. 정의의 가격표 — 학폭 변호사 비용의 경제학

이 모든 과정에는 돈이 든다. 그것도 상당한 액수다. 학폭 사건을 주로 다루는 변호사에 따르면 학폭위 관련 의견서 작성에는 약 200만 원, 상담과 동행에는 약 500만 원이 필요하다. 학폭위 결정에 불복해 행정심판과 행정소송까지 진행하면 비용은 수천만 원 이상으로 불어난다. 실제로 대치동에 거주하며 고등학생 딸을 키우는 한 학부모는 자녀의 학폭 관련 소송을 겪은 뒤 이렇게 말했다. “1000만 원, 2000만 원이 적은 돈은 아니지만, 학폭 기록 때문에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

이 발언은 지금 학폭 분쟁의 본질을 정확히 보여준다. 학부모들에게 변호사 비용은 더 이상 ‘억울함을 풀기 위한 비용’이 아니라, 자녀의 대입 결과를 지키기 위한 일종의 ‘보험료’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로 보험 상품을 설계할 때처럼, 학부모들은 ‘지불할 비용 대비 지켜지는 가치’를 계산해 변호사 선임 여부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 현장 변호사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실제로 2026학년도 대입부터 학교폭력 조치 기록이 있는 지원자의 불합격 사례가 속출하면서, 학부모들의 공포심은 더욱 커졌다. 자사고와 국제고에서는 이 흐름이 숫자로도 확인된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4년 16건·6건이었던 두 학교 유형의 학폭위 심의 건수는 2025년 34건·13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입시 경쟁이 치열한 곳일수록 학폭 신고와 법적 대응이 함께 폭증하고 있는 것이다.

법적 대응이 실제로 결과를 바꾸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2023년 3월부터 2024년 2월까지 가해 학생 측이 제기한 학교폭력 조치 취소 소송 148건 가운데 24건에서 처분이 취소되거나 징계 수위가 낮아지는 결과가 나왔다. 즉 소송까지 감수할 자본력이 있는 쪽은 실제로 처분을 뒤집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그럴 여력이 없는 쪽은 학폭위의 1차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4. 돈이 있으면 가해자도 ‘무혐의’가 된다는 것의 의미

여기서 우리는 아주 오래된 경제학적 개념 하나를 다시 떠올리게 된다. 바로 ‘정의에 대한 접근성(access to justice)’이 소득 수준에 따라 불평등하게 배분된다는 문제다. 법률 서비스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재화이고, 재화인 이상 가격이 존재한다. 문제는 그 가격이 ‘억울함을 풀 권리’와 ‘자녀의 미래를 지킬 권리’에 매겨진다는 점이다.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이르는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가정은 실제로 처분을 뒤집거나 최소화할 확률이 높아지고, 그럴 형편이 안 되는 가정은 초기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오래된 말의 현대판 버전이다. 다만 예전에는 이 말이 주로 성인의 형사사건에서 언급됐다면, 지금은 초등학생, 중학생의 학교생활기록부를 둘러싼 다툼에서도 똑같은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자산과 소득의 격차가 학창 시절부터, 그것도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가’를 가리는 가장 기초적인 판단 단계에서부터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이는 전형적인 ‘정보 비대칭’과 ‘자본력 격차’가 결합된 시장 실패의 한 형태이기도 하다. 법률시장에서 좋은 변호인단을 구성할 수 있는 능력은 소득 수준과 강하게 상관관계를 갖고, 그 결과 같은 사건이라도 어떤 가정의 자녀인가에 따라 처분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원래 학폭위 제도는 이런 격차를 최소화하고 공정한 심의를 보장하기 위해 설계됐지만, 역설적으로 제도가 정교해지고 사법화될수록 그 정교함을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을 가진 쪽이 유리해지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이 구조가 무서운 이유는, 단순히 부유한 가해자가 처벌을 피한다는 데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비즈니스가 성장할수록 애초에 신고 자체를 주저하게 되는 피해자와 가정이 늘어난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고했다가 오히려 맞신고, 맞소송에 시달릴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커지면, 실제 피해자는 침묵을 선택하게 된다. 결국 시장 논리가 침투한 학폭 제도는 애초에 지키려던 ‘피해자 보호’라는 본질에서 점점 멀어지는 역설을 낳고 있다.

5. 변호사 업계의 반론도 있다

다만 이 현상을 한쪽 시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학폭 사건을 다뤄온 변호사들은 억울하게 가해자로 몰리는 학생도 실제로 적지 않다고 말한다. 한 변호사는 “언론에서는 변호사들이 가해 학생의 면피를 위해 맞신고를 부추기는 것처럼 묘사하지만, 현실에는 억울하게 가해자로 몰리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며 “단체대화방에서 친구들끼리 주고받은 장난이 일부만 캡처돼 학교폭력으로 신고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정식 재판이 아니기 때문에 충분한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말에도 분명 일리가 있다. 학폭위가 비전문적으로 운영되면서 정황만으로 성급하게 가해자로 낙인찍히는 사례도 분명 존재하고, 이런 경우에는 법률 조력이 억울함을 풀어주는 정당한 수단이 된다. 문제는 이 정당한 방어권 행사와, 자본력을 동원한 ‘기록 세탁’이 현실에서는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은 채 뒤섞여 있다는 점이다. 방어권은 소득과 무관하게 모두에게 보장돼야 하는 권리이지만, 지금처럼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의 비용이 그 방어권의 실효성을 좌우하는 구조에서는 결국 자본력이 있는 쪽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5-1. 이것이 학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사실 ‘위기가 곧 시장이 되는’ 이런 구조는 학폭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이혼 및 양육권 분쟁 전문 변호사, 성범죄 전문 변호사, 최근에는 학생부종합전형 컨설팅과 결합한 각종 ‘리스크 관리’ 서비스까지, 개인의 위기나 분쟁이 클수록 그 주변에 전문화된 법률·컨설팅 시장이 함께 커지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흔히 관찰되는 패턴이다. 문제는 이런 시장이 커질수록, 애초에 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사이의 결과 격차도 함께 벌어진다는 점이다.

학폭 비즈니스가 유독 주목받는 이유는, 이 격차가 성인이 아니라 초등학생, 중학생 단계에서부터 이미 작동하기 시작한다는 데 있다. 대학 입시나 취업 시장에서의 격차는 그나마 부모 세대가 살아온 시간 동안 누적된 결과로 받아들여지기도 하지만, 학폭 사건에서의 격차는 이제 막 인격이 형성되는 아동·청소년 시기에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가’라는 가장 근본적인 사실관계 판단 자체를 자본력이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근본적인 문제로 다가온다.

6. ‘참교육’의 판타지와 현실의 간극이 만드는 카타르시스

이 지점에서 다시 ‘참교육’으로 돌아가 보자. 드라마 속 세계관에서는 국가가 운영하는 ‘교권보호국’이 등장해, 아무리 힘 있는 학부모나 문제 학생이라도 예외 없이 응징한다. 이것이 시청자들에게 통쾌함을 주는 이유는, 현실의 학폭위·행정소송 시스템이 정확히 그 반대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걸 다들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가 그리는 것은 ‘자본과 무관하게 작동하는 정의’라는 판타지이고, 현실은 ‘자본이 개입할수록 결과가 달라지는 시스템’이다. 이 간극이 클수록 드라마의 카타르시스는 더 커진다.

역설적으로 이 지점이 ‘참교육’이라는 콘텐츠의 경제적 가치이기도 하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 OTT 플랫폼들은 이런 정의감의 결핍, 즉 현실에서 해소되지 못한 대중의 좌절감을 정확히 짚어내는 이야기에 막대한 제작비를 투자한다. ‘더 글로리’가 전 세계적으로 흥행하고, ‘참교육’이 비영어권 1위에 오른 것은 단순히 연출이나 배우의 힘만이 아니라, 이 좌절감이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감정이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K-콘텐츠 산업이 ‘사이다 복수극’을 반복해서 수출하는 것도, 이것이 확실하게 팔리는 정서적 상품이라는 걸 산업 스스로 학습했기 때문이다.

6-1. ‘사이다 복수극’이라는 콘텐츠 산업의 경제학

‘참교육’ 같은 작품이 반복적으로 성공하는 데는 산업적인 이유도 있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 OTT는 특정 국가의 로컬 콘텐츠라도 전 세계적으로 통하는 보편적 감정을 건드리면 막대한 흥행 수익과 구독자 유지 효과를 얻는다는 것을 이미 여러 차례 학습했다. ‘오징어 게임’이 계급 불평등에 대한 전 세계적 공감을 자극했듯, ‘더 글로리’와 ‘참교육’은 ‘정의가 지연되거나 실현되지 않는 데서 오는 좌절감’이라는, 국경을 넘어 통하는 정서를 정확히 겨냥한다.

이 지점에서 원작 웹툰이라는 IP(지식재산권) 산업의 구조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네이버웹툰 같은 플랫폼에서 먼저 대중성을 검증받은 이야기가 드라마화되는 구조는, 제작사 입장에서는 흥행 리스크를 줄이는 동시에 이미 형성된 팬덤을 그대로 흡수할 수 있는 효율적인 사업 모델이다. ‘참교육’이 원작 논란에도 불구하고 제작이 강행되고, 결국 흥행에 성공한 것은 이 이야기가 담고 있는 정서적 코드가 그만큼 상업적으로 검증된 자산이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결국 콘텐츠 산업은 대중이 현실에서 풀지 못한 갈증이 무엇인지를 가장 예민하게 감지하는 업종 중 하나이고, 지금 그 갈증의 정체가 다름 아닌 ‘정의의 불평등한 실현’이라는 사실을 이 드라마의 흥행이 방증하고 있는 셈이다.

6-2. 자주 묻는 질문

학폭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인가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학폭위는 정식 재판이 아니어서 절차적 허점이 있을 수 있고, 실제로 정황만으로 억울하게 가해자로 몰리는 사례도 존재합니다. 법률 조력을 받을 권리 자체는 소득과 무관하게 보장돼야 하는 정당한 권리입니다. 문제는 이 정당한 방어권과, 자본력을 동원한 결과 뒤집기가 현실에서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학폭 관련 소송이 늘어난 것이 전부 나쁜 신호인가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학폭위 판단에 절차적 문제가 있다면 이를 다툴 수 있는 소송 제도 자체는 필요합니다. 다만 소송 결과가 사실관계보다 변호인단의 역량과 비용 투입 규모에 좌우되는 비중이 커진다면, 그것은 제도의 신뢰도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부모의 경제력이 실제로 학폭위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통계로 증명됐나요? 아직 소득 수준과 학폭위 처분 결과를 직접 연결한 공식 통계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행정소송을 통한 처분 취소 사례, 자사고·국제고의 학폭 심의 급증 등 간접적인 정황들이 이런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7.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

학폭 제도를 둘러싼 이 문제에 간단한 해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몇 가지 방향은 짚어볼 수 있다. 우선 학폭위 심의 과정 자체의 전문성과 절차적 공정성을 높여, 애초에 소송으로 갈 유인 자체를 줄이는 방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심의 단계에서부터 증거 판단과 절차가 신뢰받을 수 있다면, 지금처럼 결과에 불복해 곧바로 행정소송으로 향하는 구조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대입 제도에서 학교폭력 조치 사항이 갖는 영향력의 크기와 방식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필요하다. 조치 사항의 경중을 세분화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무겁게 반영하는 지금 방식이, 오히려 사소한 갈등까지 사활을 건 법적 다툼으로 몰아가는 유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학폭 기록 하나가 대입 당락을 좌우할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면, 그 기록을 둘러싼 다툼에 사활을 거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이 되어버린다. 처벌의 실효성과 교육적 기능은 유지하되, 그 결과가 지나치게 단일한 방식으로 미래를 결정짓지 않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하나의 방향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방어권은 소득과 무관하게 보장돼야 한다는 원칙에 맞춰 법률 조력 접근성을 낮추는 공적 지원 방안도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방어권 행사’와 ‘자본을 통한 기록 세탁’이라는, 지금은 뒤섞여 있는 두 가지를 구조적으로 분리할 수 있다.

나가며

‘참교육’이 이렇게까지 뜨거운 반응을 얻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학창 시절 겪었던 억울함, 가해자가 아무 일 없다는 듯 잘 지내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경험은 세대와 무관하게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감정이다. 그런데 정작 지금 학교 현장에서는 이 감정을 더 깊게 만드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이르는 학폭 전문 변호사 시장이 커지면서, 신고당한 가해자가 오히려 맞신고와 소송을 통해 무혐의로 빠져나가고, 정작 피해를 알린 쪽이 법적 공방에 휘말리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드라마 속 나화진이 그렇게 통쾌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현실의 학폭위와 법정에서는 자본력이 결과를 가르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시청자들은 화면 속에서나마 자본과 무관하게 작동하는 정의를 목격하며 잠시 위안을 얻지만, 채널을 끄고 나면 마주하는 현실은 여전히 ‘얼마나 좋은 변호사를 쓸 수 있는가’가 사실관계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 그대로다. 콘텐츠는 판타지를 채워주지만, 그 판타지가 이토록 크게 소비된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 사회가 아직 풀지 못한 현실의 문제를 정확히 가리키고 있다. 결국 ‘참교육’의 흥행은 잘 만든 드라마 한 편의 성공을 넘어, 지금 이 사회가 정의의 실현 방식에 대해 얼마나 깊은 갈증을 느끼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인 셈이다.


이 글은 2026년 6월~7월 공개된 국내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작성한 사회·경제 칼럼이며, 인용된 사례는 원출처에서 이미 가명 처리된 인물입니다. 특정 개인이나 법무법인을 비판하려는 의도는 없으며, 학교폭력 제도와 관련 법률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다루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했습니다. 게시 전 최신 통계와 사례는 원출처를 통해 한 번 더 확인하시길 권장합니다.